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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Aug 16. 2024

천국이 뭐 별거겠어

오후 다섯 시, 사무실을 나와 전철역을 향해 걸었다. 햇빛 가릴 곳 하나 없는 뜨거운 길을 10여분 걸어 전철역에 도착했다. 햇빛은 피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야외 승강장 안에는 후덥지근한 공기만이 가득했다. 땀이 줄줄 흐른다.


몇 분 뒤, 전철이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열린 문 안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와, 천국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내 몸에 흐르는 땀방울을 순식간에 날려버린다. 하루종일 에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진 사무실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이었다.


평소에는 행복하지 않다가 아주 가끔씩 행복한 일들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지 못할 뿐, 나는 행복하다가 아주 가끔씩 행복하지 않은 상황을 만났던 것 같다. 


지금 나는 에어컨이 빵빵한 사무실에 앉아있다. 시원한 아이스라테도 한 잔 마셨는데 살짝 졸음이 온다.


잠시 후 퇴근길에 만날 상황을 상상해 본다. 뜨거운 길을 걸어 후덥지근한 승강장에 서 있는 건 행복하지 않은 상황일까? 그건 행복하지 않다기보다 조금 힘든 상황이긴 한데, 괜찮다. 힘든 상황 끝에 나는 천국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운동 끝나고 맥주 한 잔 마실 때도 천국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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