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이성적 남편 vs 낭만적 아내

전문대 남편과 서울대 아내의 식탁 설전― “엄마 아빠 또 시작했어!”

by BJ 로직

들어가는 글

겉으로 보면 우리 부부는 평범하다. 하지만 조금만 대화를 시작하면,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한국에서 전문대를 졸업했다. 학벌만 놓고 보면 평범하지만, 어릴 적부터 인문학 덕후였다. 친구들이 게임할 때 나는 역사와 철학책을 읽었고, 주말엔 절,성당,교회를 다니면서 종교학 서적을 파고들었다. 신이라는 존재를 ‘믿는’ 대신, 인간이 어떻게 신을 만들어왔는지, 그것이 역사와 권력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분석’하는 게 내 취향이었다. 내 성격은 내향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보다는 늘 거시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본다. 한마디로, 나는 논리와 비판을 무기로 삼는 사람이다.

반면, 아내는 한국의 일류대학인 서울대를 졸업했다. 외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살아난다. 그녀의 세계는 내세와 신앙으로 단단히 버티고 있다. 어릴 적부터 성당에 다니며 예수를 믿었고, 천국과 지옥은 실재한다고 믿는다. 또 무속이나 사주도 삶을 해석하는 나름 중요한 단서라 여긴다. 심지어 어떤 음모론도 ‘말이 된다’ 싶으면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걸 ‘무모한 낭만’이라 부르지만, 아내는 ‘열린 마음’이라고 말한다.

내가 큰 그림을 그리며 사회와 역사를 거시적으로 보려 할 때, 아내는 작은 조각들을 붙잡고 현실의 감정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차이가 우리 대화의 불꽃을 만든다. 예를 들어, 아내가 “오늘 미사에서 신부님이 말씀하시길, 죽음 이후에도 영혼은 계속 산대”라고 말하면, 나는 곧장 받아친다.

“그건 인간이 만든 판타지지. 죽음 이후를 약속하는 순간, 지금의 삶을 지배할 수 있게 되니까.”

그러면 아내는 눈을 반짝이며 반박한다. “사람들이 믿음을 통해 위로를 얻는 걸 무시하면 안 돼. 무속이나 사주도 결국 마음을 읽는 언어라고.”

나는 다시 못 참고 꼬집는다. “그 언어가 때로는 사람을 속이는 장사일 수도 있잖아.”

이쯤 되면 아이가 외친다. “엄마 아빠 또 시작했어!”

이렇듯 우리는 사회적 현상, 기사 한 줄, 영화나 드라마 한 장면을 두고도 시각이 정반대로 갈린다. 나의 냉철한 분석과 아내의 뜨거운 직관은 늘 부딪히지만, 바로 그 충돌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 글은 그 부딪힘의 기록이다. 서로를 설득하려는 것도, 최종 결론을 내리려는 것도 아니다. 대신 우리가 다르게 살아온 만큼,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 순간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주려 한다.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작은 설전이, 사실은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추는 거울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