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기록, 비판, 성찰의 사이클
"다이어트란 단순히 살을 빼는 것만은 아니다."
내 몸을 알아가며, 최적의 상태를 찾아가는 긴 과정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다이어트에 도전해 왔다. 여러 번의 시도가 켜켜이 쌓이면서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다이어트는 '나'라는 표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며, 기록하고, 비판하고, 성찰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진다. 이 글은 지난 100일간의 시간을 네 가지 테마—실험, 기록, 비판, 성찰—에 맞추어 정리한 것이다.
표본: 필자 (만 41세, 남)
신장: 180cm
다이어트 시작일: 2025년 3월 2일
시작 체중/허리둘레: 93kg, 40~41inch (BMI 약 29)
기저질환: 없음
1장. 실험
"결국 다이어트는 ‘나’라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끊임없는 실험이다."
수많은 방식들을 시도했고, 당연히 실패도 많았다. 그러나 실패도 실험의 일부다. 실패하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면 그만이다. 나의 문제점은 —유지에 번번이 실패한다— 는 것이었는데, 극단적으로 줄이고 다시 찌우고를 반복하며 늘어진 풍선처럼 최대 체중의 범위가 커지는 것이 큰 문제이자 숙제였다. 30대에 걸쳐 80kg대의 범위가 되었고, 40대가 되니 90kg대의 범위로 진입했다. 정기적인 검진에서 각종 수치 이상과 특히 —고지혈증, 지방간 등이 나올 때면 괴로운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이상 단기간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는 방법이 아닌, 느린 호흡의 ‘지속 가능한 변화’가 필요했다.
우선, 내 상태를 진단해 보았다. 나는 식사량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식사 간격이 너무 짧아 연료가 다 타기도 전에 또다시 음식을 보충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라면을 너무 좋아해서—한 달에만 대략 40개를 먹는다거나, 집밥을 먹을 때에도 흰쌀밥과 자극적인 양념의 제육볶음 같은 반찬을 식탁에 자주 올렸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술을 마시며 맛있는 것을 양껏 먹고 그대로 잠드는 것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이런 습관들이 내 몸을 서서히 망가뜨렸고, 다이어트를 한다 해도 유지가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과자나 빵 같은 간식이나, 탄산음료도 한몫했다. 콜라를 하루에 두 캔 이상 마셔대던 날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 실험은 다음 다섯 가지를 우선순위로 삼았다.
1. 체계적인 공복 유지 (간헐적 단식)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듯, 먹은 에너지도 갈무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12:12 루틴부터 20:4 루틴까지 다양한 방식의 간헐적 단식을 시도한 끝에, 현재는 16:8 루틴(16시간 단식, 8시간 식사)을 유지 중이다. 그리고 100일째인 오늘부터는 보다 완만한 14:10 루틴으로 세팅값을 변경했다.
상황에 따라 단식 시간을 조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폭식을 해 속이 더부룩한 날에는 단식 시간을 평소보다 길게 가져가기도 한다. 중요한 건 유연함이다. 몸이 무리하지 않도록 항상 내 상태를 살피고, 필요할 땐 조치를 취해야 한다.
2. 식이조절과 식탐 이해, '아는 맛'과의 동행.
나는 먼저 절대로 피해야 하는 것, 줄여야 하는 것, 먹어도 되는 것을 분류했다.
내 몸을 망치는 주범은 정제탄수화물(흰 쌀, 흰 밀가루), 저급 지방(팜유, 콩기름, 순수한 유지방이 아닌 가공버터 등), 설탕과 인공 감미료(말 그대로 설탕과 대체당)였다. 그리고 그 콤비네이션은 말 그대로 내 식습관 전반에 침투해 있었다. —라면, 치킨, 물처럼 마셔댄 콜라와 복숭아 아이스티, 아이스크림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는 이제 거리를 두어야 했다. 통곡물, 콩, 뿌리채소, 과일 등은 양을 줄이되 완전히 끊지 않고 조절해 가며 먹었고, 신선한 채소와 단백질, 좋은 지방을 가능한 한 내 식사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했다.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이 감정적 허기, 그러니까 ‘가짜 배고픔’을 유발한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감정적 허기의 여러 원인 중 하나는, 당과 탄수화물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그에 따라 분비된 인슐린이 다시 혈당을 빠르게 낮추면서 강렬한 ‘먹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30일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연습'에 집중했다. 일반식을 천천히 줄여나가며 흰쌀밥의 양을 200g, 150g, 100g, 80g, 50g, 20g, 그리고 0g까지 줄였다. 그 빈자리는 저당 반찬, 신선한 채소, 양질의 지방, 단백질로 채워 넣었다. 탄수화물의 총량은 줄었지만, 채소에 포함된 복합 탄수화물 덕분에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당이 떨어져 쓰러지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싶었지만, 다이어트 초기에 적당한 양의 뿌리채소를 포함시킨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이 딸려 기운이 없거나 하는 일은 있어도 쓰러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완벽하지만은 않았다. 때때로 중식, 라면, 버거, 프라이드치킨 등으로 폭식을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한 끼에 2,300kcal를 밀어 넣기도 했고, 단식을 무식하게 하고는 배가 고파 잠을 못 자고 뒤척이다가 밤을 새우고는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시장 빵집에서 빵을 여러 개 사서 욱여넣기도 하고, 페트병에 담긴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켜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폭식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다시 궤도에 복귀하는 것이 중요했다. 탄수화물과 당으로 가득한 폭식 후에는 뭔가를 또 강렬하게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고, 그때마다 잠시 멈춰 ‘나는 지금 정말 배가 고픈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간헐적 단식 시간을 기존 세팅값보다 약간은 길게 가져간 후, 다음 끼니는 반드시 신선한 채소와 단백질, 양질의 지방으로 구성해, 포만감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도록 했다. 긴 포만감은 가짜 배고픔을 극복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제 식탐이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끌어안고 가야 할 감정이라는 것을 안다.
특정 음식이 강렬하게 먹고 싶을 때는 날을 정해 한 번 실컷 먹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만 먹고 정리하기도 했다. 그런 방식으로 충동을 해소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한 수준까지는 온 것 같다.
"역시,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
이 굴레는 어쩌면, 살아있는 동안 끝내 끊어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3. 요리, 식단을 질리지 않게 유지하는 수단
내가 가진 어빌리티 중 —요리는 식이조절을 위한 식단을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영양, 대사적 효과를 고려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나 질리지 않는 맛이 가장 중요했다. 그 삼박자를 맞춰 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퍼즐을 푸는 기분이 들었고, 품을 들이는 일이 꽤나 즐거웠다. 채소에서 우러나오는 단맛, 발효식품이 주는 감칠맛이나 산미, 내장기관에 부담이 없는 짠맛이나 매운맛, 조리하면 퍽퍽하거나 질긴 육류를 상대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 탄수화물을 사용하지 않는 토르티야 등을 연구했고 그 결과물을 식단에 적용했다.
4. 케토제닉, 그리고 대사 유연성 회복
나는 이전에 몇 번 배웠었던 케토제닉에 대해서 다시 배우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연구했고, 이번 실험에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우선 앞서 이야기한 대로 탄수화물과 당을 서서히 줄여나가며, 간헐적 단식과 운동을 병행했다. 유산소 운동 위주로 —걷기, 천천히 달리기, 자전거 출퇴근 그리고 체계적인 단식을 통해 몸에 쌓여있던 글리코겐을 고갈시키기 시작했다. 글리코겐이 고갈되면 바로 알 수가 있다. 쉽게 지치고 마냥 졸리고, 집중하기 어렵고, 어지럽고, 참을 수 없이 배가 고프고, 운동의 퍼포먼스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그렇다면 이제 그동안 쌓여있는 지긋지긋한 체지방과의 줄다리기를 시작하면 된다. 효과적으로 이 줄다리기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내가 채택한 방법이 바로 케토제닉이다.
—이 글에 작성된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학습과 경험에서 기인한다. 나는 의사도 영양학의 전문가도 아니다. 케토제닉 또한 만능이 아니며, 기적의 방법론도 아니다. 사람에 따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부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을 밝힌다. 케토 발진이나 케토 플루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탄수화물을 최소화하는 대신 하루 2리터 이상의 물과 다양한 영양소—전해질, 유산균, 신선한 채소, 단백질, 좋은 지방 등으로 탄수화물의 빈자리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모든 과정을 진행하며 몸상태를 꾸준히 기록하고 모니터링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며, 케토제닉 또한 만능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의 몸은 탄수화물과 당에 익숙해져 있었다. 시간에 맞춰 끼니를 때우지 않으면 쉽게 배고프고, 혈당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당은 글리코겐 형태로 간과 근육에 저장되고, 남은 것은 지방으로 쌓인다. 몸은 늘 당을 먼저 찾고, 지방은 비상용 연료처럼 쌓이고 방치된다. 이 상태에서는 조금만 식사 간격이 벌어져도 허기와 피로감이 밀려오고, 에너지는 쉽게 고갈된다. 에너지원으로서 지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즉, 문제는 지방을 연료로 쓰지 않는 고장 난 메커니즘에 있는 것이다.
흔히 저탄고지 식이요법으로 알려져 있는 케토제닉 식단은 단순히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늘리는 식단이 아니라, 몸의 연료 시스템 자체를 전환하는… 그러니까 일종의 ‘훈련’에 가깝다. 즉, 탄수화물을 주로 사용하는 대사구조를 깨려는 시도인 것이다.
케토제닉 식단의 핵심은 대사 유연성, 즉 당만이 아닌 지방을 자유롭게 연료로 쓰는 메커니즘을 회복하는 것이다. 공급되는 당을 줄이고 인슐린 생성을 억제하면, 몸은 점차 저장된 체지방을 사용하여 케톤이라는 대체 연료를 만들어내고 태우기 시작한다.
케토제닉 식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마치 감기 몸살처럼 몸이 피곤하고 두통이 몰려왔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식단 초기 영양 균형이 흔들리며 나타날 수 있는 이른바 ‘케토플루’라는 증상이었다. 피로감, 두통, 근육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한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점진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며 다양한 영양소를 채워 넣었지만, 이 증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여러 날 나를 괴롭혔다. 결국 열흘 이상을 버티면서 식단을 멈추지 않고 조정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 재료의 영양 성분을 확인하고, 식단을 기록하며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일일이 영양 정보를 검색하고 계산하느라 시간을 들였을 텐데, 지금은 훨씬 수월하다.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식단 분석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드니 오히려 식단을 연구하고 조정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내는 사이, 처음 나를 괴롭히던 증상들도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케토시스 상태—몸이 체지방을 분해해 케톤을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상태—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케톤 측정기를 구입해 참고용으로 사용했다.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며 적절한 운동까지 더하자, 처음엔 미약했던 케톤 수치가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는 점점 더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주었다.
나는 직감했다.
‘드디어,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결국, 케토제닉은 고장 나 버린 지방 연소의 스위치를 다시 —켜는 과정—이다. 우리의 몸이 “이제부터는 지방도 연료로 쓸 수 있어요.”라고 말을 걸어올 때 보다 폭넓은 대사 시스템을 가지게 된다. 에너지 공급은 더 이상 혈당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공복에도 축적된 지방을 태워 안정적인 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체중이 약 8kg 정도 줄었을 때도 피하지방은 여전히 과하게 남아 있었다. 손으로 살을 집어보면 마치 수분이 많은 밀가루 반죽처럼 흐물흐물한 느낌이 들었다.
케토시스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며 운동을 병행하자, 요즘은 그 피하지방이 조금씩 얇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분명하게 변화는 시작되었다.
5. 운동, 에너지 소모보다는 기능 회복과 체력 탱크 확장.
이 실험을 시작했을 무렵 과체중과 굳어있는 몸 때문에 뭔가 난도가 있는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관절에 부담이 오는 수준이었다. 조금만 격하게 움직여도 무릎과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는 이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 싶어, 일단 걷기부터 시작해 느린 조깅, 자전거까지 운동의 강도를 늘렸다.
특히 관절의 가동 범위와 유연성을 늘리기 위한 스트레칭을 꾸준히 했다.
나에게 운동은 1. '체력 탱크'를 확장하는 수단이며, 2. 강한 체력은 나를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3. 결국은 자유롭고 여유로운 몸으로 바꿔주는 수단이다.
2장. 기록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감정은 변덕스럽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억은 부정확하고,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 흔들린다. 그래서 기록은 필수다. 기록은 내 몸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유 없는 변화는 없다. 무슨 이유로 변화가 일어나는가 를 알아야 한다. 나는 줄자를 사서 허리둘레를 재고, 먼지 쌓인 체중계를 꺼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공복 체중과 허리둘레를 측정했고, 노트에 적고, 앱에 입력하여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먹는 것은 그램(g) 단위로 기록을 남겼다. 처음에는 ‘몇 개’나 ‘그릇’, ‘ml’ 등의 단위들도 혼용해서 사용하였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든 단위를 그램(g)으로 통일하여 기록했다. 외식의 경우 저울을 지참하기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에 그릇의 단위를 사용했다. 궤도에서 이탈했을 때도, 영양의 비율이 뭔가 어긋났을 때도, 너무 적게 먹었을 때도, 너무 많이 먹었을 때도 빠짐없이 모든 것을 기록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변화는 전부 ‘기분 탓’이 된다.
3장. 비판
"비판 없는 반복은 체념일 뿐이다."
사람은 비판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 아니 익숙하지 않다. 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비판은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지키기 위한 도구다. 결심이 결심으로 끝나버리는 이유는 아마도 '왜'를 묻지 않아서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내가 정해놓은 궤도에서 이탈하는 그 과정을 실패로 규정짓지 않았다.
무엇을, 얼마나 먹었고, 언제 운동을 했고—꾸준한 기록을 근거로 상황을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찾고, 수정하고, 다시 실험했다. 문제점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체념으로 굳고, 결국 포기로 이어진다. 마음이 꺾이면 행동도 꺾인다. 그래서 ‘비판’은 반드시 기록과 함께해야 한다.
4장. 성찰
"어쩌면 나는 체중을 줄이고 싶은 게 아니라, 삶을 바로 세우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삶의 무게를 술과 담배, 자극적인 음식으로 달래곤 했다. 취한 채 잠드는 날들이 반복되면서 그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내 몸은 점점 불어났다. 그러던 중, 문득 거울 속 내 모습을 마주하거나 사진을 찍는 일이 점점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한때 자랑이던 맑은 피부는 늘 칙칙했고, 좋아하던 조깅과 산책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체중은 계속 늘었고, 정기적으로 받는 혈액 검사에서의 염증 수치도 높아졌으며, 몸을 움직이는 일조차 귀찮아졌다. 배와 옆구리는 툭 튀어나오고, 허리둘레는 점점 커졌다. 결국 그동안 입던 옷을 정리하고, 고무줄 밴딩 바지나 넉넉한 티셔츠 같은 옷으로 바꿔야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이런 변화가 삶 전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매사에 의욕이 사라지고, 가족에게도 더 소홀해졌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저 자고만 싶었고, 원래도 조용한 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 무기력함 위에 짜증이 쌓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작은 방해에도 과하게 화를 냈다. 그러곤 미안해하면서도 또다시 화를 냈다. 그렇게 집안 분위기마저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바뀌어야 했다. 스트레스를 버텨낼 수 있는 몸이 필요했고, 지속 가능한 습관이 필요했다.
"여유는 체력에서 나온다."
곱씹어 봐도 참 명언이다.
성찰은 단지 숫자—체중계 위의 숫자나 줄자의 숫자를 넘어서, 내 삶의 리듬을 돌아보는 일이다. 습관은 결국 시간을 다루는 방식,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 자기를 돌보는 방식과도 이어진다. 이러한 성찰이 쌓여야 다음 실험이 가능하고, 그 실험이 결국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든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정 속에서 선명히 떠오르는 사실은, 나는 내 몸을 이해해 가며 바꾸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5장.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결국은 습관이다."
습관, 노래가사처럼 무서운 것이다. 비싼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약,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단식, 열량 제한, 탄수 제한, 노동 수준의 운동—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몇 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0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단기간에는 분명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고, 혹시나 부상이나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때도 계속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하나다.
"절대 불가능.'
다이어트는 목숨 걸고 하는 싸움이나 도박이 아니다. 필사적일 필요가 전혀 없다. 삶은 길고, 다이어트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좋은 습관은 느리더라도 나를 분명하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습관’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나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않아도 반복되는 것. 그것이 바로 습관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는 “늘 깨어 있으라”는 말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선 늘 의식하고, 실천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에게 있어 ‘늘 깨어 있음’이란, 바로 그 의식적인 노력의 다른 이름이었다. 나는 지나간 100일간의 시간이 긍정적인 습관으로 채워나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시 좋지 못한 습관을 가지게 되어 몸 상태가 다시 나빠질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다시는 그 무기력한 시절을 경험하지 않으려 한다." 100일간 쌓아온 좋은 습관이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여기까지 긴 이야기를 읽어준 독자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100일간의 결과를 적으며 글을 마친다.
100일간의 변화
중간 결과 기록일: 2025년 6월 9일 (D+100)
현재 체중/허리둘레: 78kg(-15kg), 34.5inch(-6.5inch) (BMI 약 24.1)
만약 다음 글을 쓴다면 만들었던 케토제닉 식단중에 맛있었던 메뉴를 소개하는 글을 연작으로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