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에세이 집필 동기

청소년 쉼터에서 살아가기

by 대오

결코 청소년 단기 쉼터에 처음 입소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길 잃은 소년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언제나 열려 있던 정문과 TV 앞 탁자에 옹기종기 소년들. 사무실에서는 쉼터 선생님들이 각종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고, 난생 처음 경험하는 단체 생활에 얼을 타고 있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던 소년들이 있었다. 이미 성인이거나 아직은 학생이었던 우리는 시간이 흘러 확실한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어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 안에는 언제나 상처 받은 소년이 함께하고 있었고, 감정이 격해지거나 구슬픈 일이 있으면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나는 오랫동안 가정폭력과 함께 성장한 남성이다. 성인이 된 이후 아버지를 피해 기나긴 도피 생활을 개시했고,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정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청소년 쉼터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청소년 쉼터에서 독립을 한지 언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청소년 쉼터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자 한다. 내 동생과 어머니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왜 쓰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청소년 쉼터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고 밝혔을 때 가장 반대한 것도 그들이다. 이미 지나간 일을 뭐하러 들추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정에서 받은 학대와 쉼터에서 경험했던 모든 일들은 아직도 진행 중인 세상이었다. 어떠한 기억은 너무나 강렬해서 경험자를 영원토록 그 시간대에 묶어놓기도 한다는 걸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쉼터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내 삶에 광명은 들지 않았다. 정말로 힘들고 어둡던 시기에, 세상이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것만 같았을 때 청소년 쉼터에서 작성했던 일기들을 버렸다. 청소년 쉼터에서 받은 모든 온기와 선물들이 내가 패배자임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 증오스러웠다. 그렇게 내 모든 일기들은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뒤늦게 후회한 나는 쓰레기통을 미친 듯이 뒤져보았지만 물건들은 이미 사리진 상태였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문득 청소년 쉼터에서의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내게 청소년 쉼터는 좋은 기억만 있지는 않은 장소지만, 나쁜 기억만 존재하는 장소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쉼터를 추억이라 말하고 간직할 수 있는 건 나를 도운 수많은 사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고마운 분들에 대한 기억을 잊을까 두려움이 엄습했다. 사람의 기억은 가변적이고 휘발적이다. 오로지 기록만이 영구적이고 불변한다. 그래서 나는 청소년 쉼터에 대한 에세이를 적기 시작했다. 내 추억과 악몽이 불멸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적어내려갔다. 안 좋은 일 또한 나를 만드는 데에 일조했으니,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 글을 적으면서, 처음에는 나 스스로를 치유받고 싶다는 이유로 적었었는데, 에세이를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열악한 청소년 복지의 민낯을 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내 이야기와 함께 쉼터에서 같이 지냈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집필했고, 투고를 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있다면 책이 성공적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리라.

청소년 쉼터는 가정 해체, 가정 학대 및 방임으로 인해 정상적인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이 입소하는 복지 기관이다. 종류로는 크게 시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쉼터가 있고, 민간 기업에 위탁을 맡겨 운용하는 쉼터가 있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정책분석 센터에 따르면 청소년 쉼터의 이용자를 집계한 2010년부터 2021년 자료를 보면 입소 청소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만명에서 3만명 사이이나 되는 청소년들이 쉼터에 방문했음을 알수가 있다(1). 또한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서 확인한 경찰에 신고된 가출 청소년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 2021년 기준으로 2만 3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쉼터 입소와 가출 청소년의 숫자 모두 2018년, 2019년에 정점을 찍고 약간 하락한 양상을 보인다. 또한 2021년 기준으로 청소년 쉼터는 138개에 다다랐음에도 쉼터의 수용 인원은 1400여명 수준으로 2만 3000여명 가까이 되는 가출 청소년들을 케어하기에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2). 이토록 청소년 쉼터는 재정적 지원과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하는 기관임에도 매년 여성가족부의 늘어나는 예산에서 청소년 정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져만 갔다. 2020년도 기준 21%, 2021년도 기준 19.6%, 2022년 기준 24.2%, 2023년 기준 16.1%, 2024년 기준 13.9%이다(3). 2022년의 증가한 4.6%가량의 예산은 논란 속에 폐지되었던 세계 잼버리 활동이였으므로 가출 청소년을 위한 예산은 아니었다.

흔히 청소년 쉼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열에 아홉은 청소년 쉼터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리고 열 명 중 한 명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청소년 쉼터에 대해 설명해보다보면, 어느새 색안경을 끼고 쉼터를 바라보는 개인을 발견할 수는 있다. 정말 좋은 취지이지만, 아무래도 아이들 질은 좋지 않으리라고 내심 생각할 것이다. 이는 가출 청소년 혹은 가정 해체 청소년 혹은 비행 청소년에 대한민국의 개인과 사회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바다. 나는 이러한 바를 고치기 위해, '청소년 쉼터'라는 단어를 향해 각인처럼 따라오는 부정적인 시선을 없애기 위해 글을 썼다. 쉼터생들은 누군가의 생각처럼 위험하지 않다. 쉼터는 누군가의 생각처럼 기피 대상이 아니다.

청소년 쉼터는 해체 가정의 아이들과 가출 청소년들의 안식처 겸 보호소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여성가족부의 정책 자금의 비율이 떨어져 가는 게 현실이고, 지역민들에게는 혐오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청소년 쉼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말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찾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니 르포 형식보다는 개인사에 가까운 에세이로 쓰여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쉼터생들을 취재하고자 했었으나 연락이 끊기고 불우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있어 상처를 후벼파는 짓은 그만하기로 했다. 가정으로 돌아가 착실히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독립 후 저임금 일자리를 진전하거나 그보다 심한 경우에 처한 이들이 많았다. 부디 내가 쓴 글을 통해 쉼터가 알려지고,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들이 사라지기를. 그리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찾아갈 수 있는 지침서가 되기를 바라며, 쉼터의 대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사소한 욕심이지만 이 에세이를 작성하면서 내 영혼에 입은 상처가 치유되고, 내 마음 속 소년이 미소 짓기를.

(1)가정 밖 청소년 지원 < 대상별 청소년 지원 < 행정데이터 -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

(2)[길잃은 청소년]가정폭력 피해 집 나왔지만…서울 16개 구엔 쉼터도 없어 - 아시아경제

(3-1)2020년, 여성가족부 예산을 소개합니다. : 네이버 블로그

(3-2)보도자료 > 보도·설명 > 알림·소식 > 여성가족부 - 여성가족부, 2023년도 예산 1조 5,678억 원 확정

(3-3)보도자료 > 보도·설명 > 알림·소식 > 여성가족부 - 여성가족부, 2024년도 예산 1조 7,234억 원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