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보다 쉴 수 있어 기뻤던 날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이 나에게 일어난 날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중에 하나가 공황장애일 것이다
에이 정말 저렇게 까지야? 괜히 더 오버스럽게 보이는 걸까?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겨내지 못한 건 아닐까?라고만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정말 반성한다 아주 크게 반성)
당시엔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출퇴근했다.
이것 또한 직접 해보지 않는다면 절대 모를 고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꽉 막힌 지하철과 수많은 계단 그리고 꼭 나를 지나쳐가는 내가 타야 할 버스를
겪어내야만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로 기진맥진인 상태로
까마득한 회색빛 새벽에 나와, 똑같은 회색빛 저녁에 집에 도착했던 날들
그래도 미련한 건지 성실했던 건지 그렇게 부단히 노력하고 어느 정도의 육체적 힘듦이 있어야지만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하루를 보냈다고
이런 하루들이 모여 더 나은 내일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날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어떠한 아주 경미한 증상조차 없었다.
육체가 많이 지쳐있던 날, 서비스직에서는 점심식사를 동료와 같이 하기가 어렵다
(모든 서비스직이 그렇지는 않지만)
점심식사 후엔 짧게 쉴 수 있는 시간을 붙여서 스케줄표가 나왔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밥을 먹고 쉬러 가기 위해 락커룸으로 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
지하로 내려가던 그 짧은 찰나
갑자기 나도 모르게 헉헉 숨이 몰아쉬어졌다
옆엔 다른 부서 사람도 있어, 여간 당황스러웠다.
내가 왜 이렇게 숨을 쉬지? 뭐지?
라고 생각하던 순간 "괜... 괜찮으세요?"라는 말이 들렸다
네 괜찮아요! (미소)로 대답하고 싶었는데 정말 괜찮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른 쉬면 괜찮으려나? 하고 얼른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문을 열려고 팔은 뻗었는데 이상하게 팔이 점점 바닥과 가까워졌다.
눈을 떠있지만 문을 열수도 앞으로 걸어갈 수도 없었다.
그냥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 쉬고 눈물까지 펑펑 쏟아졌다.
지금생각해 보면 아마 당황하고 놀라서 눈물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다행히 점심시간이 겹친 다른 동료가 와서 날 도와줬고 아주 떠들썩하게 구급차로 옮겨졌다.
그때는 정말 아픈 것보다 모든 부서가 나와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나를 보는 그 순간이 더 고역이었다.
회사에서도 그동안 출퇴근시간을 걱정했었던지라, 나에게 생각지 못한 병가가 내려졌다.
지금생각해도 난 그때 사실 아픈 것보다 쉴 수 있게 되어서 이상한 기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