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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빵 Jul 20. 2022

[리뷰] 영화 : 메기

주관적인 진실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메기입니다

진실. 남에게 원하지만 자신은 그러하지 못하는 것.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넘어가기엔 묘한 왜곡이 마음에 걸리는데, 본인도 확신할 수 없는 본인의 모습을 어디까지 내놓으라 해도 괜찮을까. 예의를 차리고자 묻지 않으면서, 궁금해하지 않을 방법이 어디 있을까. 새어 나오는 궁금증이 의심의 풍선을 부풀려 나가는 건 순식간이다.




어른의 삶이란 오해를 견디는 일이라지만

아, 이건 아니죠

모르겠다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일어난 X-ray 사건. 누군가의 사생활을 찍은 이가 아닌, 찍힌 이가 범인이 된 추리 사건이다. 분명 찍힌 커플은 단 하나. 단서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엑스레이 사진 한 장뿐이다. 지나가는 아무를 붙잡아도 그럴듯해 보이는 증거 아닌 증거는 엑스레이실에서 '그런'적이 있는 이들의 양심을 건드린다. 엑스레이 사진은 낙인처럼 그들의 마음에 들어와 찍힌다. 작은 구덩이. 사건은 하나인데 범인은 하나가 아니다.




사실이 온전한 곳은 아무데도 없대요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진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마음에 파인 구덩이 속으로 숨어버린 사람들. 갑자기 모습을 감춘 모두는 엑스레이실에서 '그런'적이 있는 걸까? 꽤나 타당한 인과관계더라도 분명히 진실은 아니다. 우선은 모두가 엑스레이실에서 '그런'적이 없다고 믿어야 할까? 항상 거짓을 말하는 사람도 항상 진실을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그럼 온 세상 사람들이 항상 진실을 말한다면 문제가 해결될까?


확신의 딜레마가 있다. 본인의 말을 100%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게다가 누군가 확신을 가지고 뱉은 말이 사실인가. 메기 아빠는 메기가 튀어 오르면 지진이 일어난다며 같은 병실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하지만 메기 아빠는 이 가설을 확신하지 못한다. 스스로 불확실한 정보를 말했다면 거짓말쟁이인가. 누군가 확신 0g으로 '나 귀신을 볼 줄 알아. 저기 귀신이 있어'라고 말했더라도, 실제로 그곳에서 죽은 사람이 있다거나 말을 듣고 있던 이가 어떠한 근거로 믿는다면, 그 말은 진실이 된다. 반대로 확신 100%로 내뱉은 말이 어떠한 근거로 듣는 이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 거짓이 된다.


그러니까 거짓말은 중요하지 않다...?


성원의  여자 친구 지연 씨를 만난 , 윤영은 성원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밟힌다. 동거하며 알아  남자 친구를 향해 '설마 그랬을까'라는 형태로 시작된 의심은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그랬을  있어', '분명 그랬을 거야' 발전한다.  번도 성원의 확인을 받지 않은 이야기가 윤영 마음속의 블랙홀을 깊고  깊게 판다. 그렇다면 성원의 입에서 나올 진실이 멋대로 커지고 있는 의심의 풍선이 터트리면 구덩이가 메워질까? 메기의 예민한 촉은 생존 무기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요

윤영씨 저를 데리고 나가 주세요

https://youtu.be/-3vYg6ywqic

말과 글은 인간들이 다양한 물건, 생물, 감정을 효율적으로 소통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메기'라는 단어를 읽거나 들으면 한국어를 아는 사람들은 대략 무엇을 말하는지 알만한 정도의 메기를 연상한다. 그러나 각자가 떠올린 메기는 바다에 있는 메기, 수족관에 있는 메기, 다른 물고기들과 함께 있는 메기, 그림으로 그려진 메기, 그래픽으로 된 메기, 입을 뻐끔거리는 메기, 크기가 큰 대왕 메기, 헤엄을 치고 있는 메기 등 모두 다른 메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간단한 대화에서는 이 차이가 와닿을 일이 적다. 섬세하고 깊은 대화에서는 오해가 생기고 뇌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 이상 오해는 부푸는 눈덩이가 된다. 진실만을 말해도 이 태초의 모순이 있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진실도 모순, 거짓도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홀로 구덩이 파기를 조심해야 한다. 모순을 꺼내어 먼지를 탈탈 털어야 한다. 최대의 모순을 향하지 않기 위하여. 나의 부끄러움까지 꺼내는 용기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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