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무빙>의 재림은 실패했다. (스포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by PARK

과례는 비례라는 말처럼 너무 많은 걸 쏟아넣는 바람에 시청자들이 소화불량에 걸려버린 형국이다. 이야기는 산만해지고 연출은 절제되지 못하다보니 모든 면에서 갈수록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우선 내러티브를 보자. 남북의 정치적 상황에 주변 강대국의 시선까지 더할 경우엔 아주 디테일한 개연성까지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이 드라마의 얼개는 너무 복잡하다. 특히 서문주를 죽이려는 주체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죽이려는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불친절하다. 이것이 비밀을 계속 유지해서 텐션을 주려는 전략이라고 한다면 제작진은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서문주를 필사적으로 죽이려는 킬러들의 행동을 논리적으로, 감성적으로 이해할 준비가 채 되지도 않은채, 폭탄이 터지고 총탄이 난무하는 현장으로 끌려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주를 경호하는 산호와의 커플링은 지나친 감정개입으로 이미 초반부터 경호원과 VIP관계가 아닌 사랑의 감정이 눈에서 뚝뚝 흘러넘치는 관계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과연 대본상의 설정인지 아니면 연출에 의한 것인지 정확하게 가늠은 안되지만 적어도 드라마에 마이너스를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위기의 상황을 돌파하며 로맨스감정이 생기는 대단히 전형적인 과정을 밟는다고 하더라도 드라마가 성공할까 말까인데 이미 너무나 숱한 스킨쉽을 통해(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아닌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고하는 등의 행위) 결국 로맨스적인 텐션을 일찌감치 떨어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스파이액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맞는 최소한의 개연성이 철저하게 무시된 점이 가장 아쉽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하더라도 초반에 장준익이 암살되고 난뒤 암살범이 동생인 장준상과 만난 장면이 담긴 CCTV를 산호만이 입수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력한 대선후보 저격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 정도로 안이하게 진행된다는 것은 전혀 개연성이 없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사를 일부러 대충하도록 만드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그리고 산호가 문주를 대신해 압력폭탄을 맞는 장면은 어떠한가? 정확한 압력으로 작동되는 폭탄이 이렇게 인물들간의 위치를 바꾸는 과정에서 터지지 않는다는 것은 허구일뿐만 아니라 폭탄이 앉은 자리가 아닌 앞에서 터진다는 발상은 극적 리얼리티를 너무나 작위적으로 변형시킨 것일 뿐이다. 게다가 산호가 아랍의 VIP를 경호하던 과거의 행적으로 보여주는 몽따쥬에서 산호가 총을 바닥에 난사해 다른 사람들이 테러범들에게 사살되도록 하고 자신은 VIP를 데리고 탈출하는 장면은 도대체 산호라는 캐릭터의 어떤 매력을 살리고자 함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적어도 <무빙>은 소재의 신선함이 있었고 초능력자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까발려가는 과정의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이다. 이야기는 따라가기 쉬웠고 각 액션시퀀스가 주는 카타르시스도 대단했다. 특히 이 지점이 <북극성>과 대비되는데 <북극성>의 액션시퀀스는 마치 무술감독과 연출감독이 따로따로 시퀀스를 짜서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기이함을 준다. 각 액션에서 주는 통쾌함이나 쿨함 대신에 감성적인 컷들이 과하게 혹은 불필요하게 들어감으로써 자꾸만 상황들이 늘어지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장준익의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나 그와 불륜을 저지른 여인의 등장은 정치스파이액션에 불륜을 접목한 새로운 장르로 다가오는데 솔직히 글로벌한 관점에서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극성>은 반드시 잘되어야만 하는 작품이다. <무빙>의 재림이 필요한 디즈니뿐만 아니라 K 콘텐츠의 경쟁력유지를 위해서도 꼭 성공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필터링의 오류로 인해 현재 이 작품은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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