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트모트 motemote Sep 03. 2021

유튜브에서 ‘긴 영상’의 수명은 끝났다?

그런데도 대학 캠퍼스를 2시간이나 보여주는 이유


유튜브에서 긴 영상의 수명은 끝났다?


틱톡에 대항하기 위해 유튜브가 #shorts라는 숏폼 콘텐츠를 도입한 것은 이미 아실 겁니다. 시대의 흐름이 숏폼을 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영상 콘텐츠들의 길이는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트모트TV는 비교적 긴 영상들을 업로드하는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약 2시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오늘은 대학생>이라는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째서 길~~~~~~게 만드는지를 얘기해보려 합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 대학교 탐방을 가본 경험이 있나요?


조그만 교실 안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장대한 캠퍼스를 마주하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금껏 봐왔던 교문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의 정문, 드넓은 광장, 학교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건물을 보고 있자면 경외심이 들기도 합니다. 눈앞엔 일명 과잠을 입은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걸어가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강한 욕구가 생기고 의지를 불태우게 됩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팬데믹으로 인해 수험생들은 이런 동기부여의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캠퍼스 견학은커녕 꼼짝없이 집에 갇혀 공부만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랜선 캠퍼스 투어] 영상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아이디어는 나오자마자 탈락했습니다. 유튜브에는 이미 수많은 캠퍼스 투어 영상이 있었지만 성과(조회 수)가 형편없었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니었다는 거죠. 게다가 “왜 모트모트가 캠퍼스 투어 영상을 제공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이 불분명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참을 가슴 속에 묵혀놓고 있던 어느 날, 슬랙에서 한 팀원이 ‘Window Swap’이라는 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전 세계인들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담은 사이트였는데, 어떠한 편집이나 효과음도 없는 날 것의 영상이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그저 멍하니 풍경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더군요.


(출처: Window Swap) Swap하면 랜덤으로 다른 국가의 창 밖 풍경과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내가 이걸 왜 봤지?” 하며 포인트를 정리해봤습니다.


(여행)을 보여주기보다 (공간)을 보여준다.
(일인칭) 시점으로 공간에 (몰입)하게 해준다.



덕분에 사라질 뻔했던 [캠퍼스 투어]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두둥)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투어’는 죽었고 ‘캠퍼스’만 살아났죠. 핵심 키워드인 캠퍼스의 특정 공간을 촬영하고, 여기에 일인칭으로 몰입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습니다. 


<오늘은 고대생> 영상 일부 캡처. 고려대학교 건물이 보이는 공간에서 1인칭 시점으로 촬영




그런데 이렇게 기획하고 보니, 기존의 ‘스터디 위드 미’나 ‘ASMR’과 차별점이 없다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더군다나 도입부부터 위와 같은 이미지만 나온다면 일인칭 시점으로 인지하기보다는 주인이 떠난 책상 정도로만 보일 우려가 있었죠.


그래서 다시 투어 콘셉트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영상의 도입부에 캠퍼스로 향하는 등굣길을 일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거죠. 아래와 같은 순서로 영상이 배치되면 오늘만큼은 고대생이 되어 공부하는, 과몰입 가능한 서사가 완성됩니다. 


 

1 → 2
3 → 4


최초에 제안했던 아이디어처럼 캠퍼스 투어 영상이 만들어졌지만, 콘셉트와 구성만큼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례 없는 팬데믹이라는 상황에서도 유저에게 충분한 동기부여를 전달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으니까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라는 모트모트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여 “왜 모트모트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죠.




그렇습니다. 모트모트가 영화만큼이나 긴 2시간짜리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만약 ‘대세에 따라 영상이 3분 정도로 짧아졌다면 ‘공부할 때 틀어놓으며 동기부여 받을 수 있는’ 콘텐츠의 핵심 기능이 사라졌을 겁니다.


유튜브에서는 시청 시간이 얼마나 긴지도 알고리즘에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되니, 영상이 지속해서 소비가 된다면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콘셉트와 기능을 기획했다면 말이죠.



결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길이가 유튜브 영상 가치의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화장실에 앉아서 보는 1분 짜리 영상이 있고, 지하철에서는 15분 길이의 영상을 보듯이, 공부하면서 보는 2시간짜리 영상이 있다는 것이죠.



유저의 니즈와 기획 포인트를 먼저 명확하게 잡아보세요.

그럼 분량은 자연스럽게 결정되어 있을 겁니다. 



Written by 요다

Edited by 부민


#motemot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