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인이 된 이후 가장 답변하기 어려웠던 질문이다. 학창시절 매년 새 학기가 되면 담임 선생님께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했던 기본 정보 설문조사(가족 구성원, 알러지, 몇 반 누구와 제일 친하냐는 등의 질문이 적힌 그 설문지가 맞다.)에 큰 고민 없이 적었던 노래 듣기, 영화 보기는 더 이상 취미로 여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의 일을 생각할 때 그것에 꽂혀버리면 근본적인 단어에 집착하는 버릇 탓에 이번에도 ‘취미’라는 단어의 본질에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취미’는 국어사전에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 정의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다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또는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취미’의 조건은
1) 이 행위에 집중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고
2) 일상적으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3)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하며
4) 스트레스 해소의 기능까지 가져야 비로소 취미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노래 듣기나 영화 보기는 일상적인 부분이기에 취미로 취급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어서 이렇다 할 취미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이 생각을 친구에게 얘기하다가 질린다는 말도 들었지만 이는 음료를 마실 때 빨대를 씹는 버릇과 같은 거라 개선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만의 조건을 만들다보니 취미를 가진 사람이 참 대단해 보였다. 본인의 재능 혹은 즐거움을 찾아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 아주 사소할지라도 가장 어려운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취미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도해보아라. 취미란 취향을 크게 타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 섣불리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시도해 보지 않는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내가 이 행위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지 불쾌를 느끼는지는 모르는 일. 그러니 취미를 찾는 것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선은 시도해보자. 흔해빠진 이야기지만 모든 일에는 이 이야기를 기재에 깔아두고 이행해야 하는 거 같다.
타인의 취미를 모방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다. 취미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시작을 친구와 한다면 더욱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취미를 오랫동안 즐긴 친구라면 더욱 좋다. 그를 따라 해라. 그는 그 행위를 더욱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즐기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 또한 이 방법의 장점이겠다.
또는 자신이 직업 삼고 싶었던 것을 취미로 돌려라. 직업으로 삼고 싶었던 일이라면 그만큼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했던 작업일 것이다. 그거만큼 좋은 취미가 없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행위여도 일로 삼으면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동반되니 그 행위에 전만큼의 애정을 못 느끼겠지만 그 행위를 취미로 남겨둔다면 당신은 그 행위를 평생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 행위에 질려서 그만두지 않는 이상은.
나로 예를 들자면 나는 최근에서야 사진을 찍는 것을 취미로 남겨두었다. 업으로 삼고 싶었고 심지어 내 버킷리스트에 개인 사진관을 차리는 것이 작성되어 있지만 이제는 이 항목을 지울 생각이 없다. 대신 이 취미를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장치로 사진 인스타그램을 개설하여 종종 사진을 업로드 하곤 한다. 내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 또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이니까.
사실 내가 이 작은 ‘취미’라는 것에 이토록 집착한 이유가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들보다 잘 하고 싶고 한 가지의 일이라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에 밥도 거르고 다닐 정도로 바쁘게 살았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남들보다 더욱 빨리 지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바쁜 일상이 지루해지더라. 그러다가 남들은 다 보는 유행하는 드라마 한 편 제대로 볼 시간조차 없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드라마 한 편이 3-4시간 씩 하는 것도 아닌데 고작 1시간도 나에게 투자하지 못한 다는 것이 문득 속상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겨우겨우 쉬는 날을 만들고 빈 시간을 만들어도 자거나 내 취향의 알고리즘으로 가득 찬 유튜브를 보는 게 다였고 그 시간이 참 의미 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미의 목적은 이것이다. ‘내가 나를 채워주는 것’. 내가 나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나를 살펴보고 가꿀 수 있는 시간. 이걸 만들고 행하는 것이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큰 일이 아니더라도 좋다. 유튜브를 보고 간단하게라도 콘텐츠에 대한 분석을 적거나 감상평을 메모한다던지, 자신만의 산책 루트를 만든다던지, 재개봉한 영화나 독립 영화를 찾아본다던지, 좋아하는 캐릭터의 소품을 모은다던지. 취미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즐겁고 만족한다면 충분하다. 당신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당신의 여가 시간을 채워 넣어라.
당신의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