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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같은 건 없다.

영화 <소울메이트>

by 하성운

네가 보는 영화들은 죄다 마음속에 강한 울림이 생기더라. 단순히 대중성을 챙기는 영화가 아닌, 적적한 재미, 삶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는 띵작을 소개해줘서 고맙다. 너랑 뭔가 공유할 일이 생기면 소재거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게 신기하다. 그냥 너랑 같이 뭔갈 하게 되면 다 해결될 것 같이 일이 술술 풀린다.



어제도 전화하면서 감정 같은 거 쓸데없는 생각 같은 거 다 정리되더라. 확실히 곁에 얘기할 상대가 있다는 건 기분 째지는 일 같다. 인생은 혼자느니 하는 애들 죄다 허풍이다.



너 아니었으면 학교도 진작에 때려치우고 폐인 같이 살았을 것 같은데, 너랑 있으니까 어찌어찌 2학년 올라갈 때까지 버틸 수 있더라. 어쩌면 평생 후회할 어리석은 판단들을 친구 한 명 잘 만나서 구사일생했다.



이거 뭐냐면 너 좋아하는 것들로 꽉꽉 채워놓은 거다. 최대한 너 그림 비슷하게 해 보려고 한 건데 잘 표현해 낸 건지 잘 모르겠다. 저 스마일은 하은이 그림 속에 있던 표식인데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이게 맞는 듯. 내가 하은이처럼 극사실주의로 해볼까 1초 정도 고민하다가 닌 항상 얼굴의 70%가 가려져 있기도 하고, 네가 그냥 기겁할까 봐 내 스타일대로 그려봤다.



아무튼 영화 제목이 '소울메이트' 였잖아. 근데 하은이랑 미소를 보면 그다지 소울메이트 같진 않더라. 고등학생 때부터 헤어지고, 다시 성인 때 만나서 여행 재밌게 가나 싶더니 또 갈라서고, 결국 27살에 완전히 헤어져버렸잖아. 흔히 '얘는 내 인생에서 꼭 만나야 될 운명이다!'라고들 하는 소울메이트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근데 있잖아 이거 듣고 놀라지 마라. 영혼은 친구끼리 안 태어난다. 친구라고 해서 같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몇 년도에, 어디서 태어나는지 각자 취향이 있기 때문에 서로 타협을 안 한다고 한다. 영혼들끼리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결국엔 다 각자도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소울메이트 같은 건 없다. 각자 취향이 있는 거고 사람의 한 인생은 짧기 때문에 절대 서로 타협하지 않는다. 소울메이트 같은 거에 연연하지 말자. 함께 만나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원 없이 즐기는 수밖에 없다. 결국엔 자기 살길은 자기가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이제 2학년 돼서 과도 달라지고 개인시간도 점점 더 없어질 거고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 텐데, 짧은 시간 귀하게 써보자 해서 하은이 빙의해서 이 글 써본다. 너무 오글거리지 않길 바라며 이만 끝낼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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