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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Mar 31. 2024

'크리에이티브' 함의 정의

TV시대와 디지털시대의 크리에이티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모른다고?

'현대 생활 백서'는? '선영아 사랑해' 광고 못 봤어?

이미지를 찾아보니 정말 오래된 광고긴 하다


회의를 하다 보면 내가 도포에 갓을 쓰고 회의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착각이 든다.

20대 동료들과의 회의에서는 과거의 전설 같은 광고가 공유되지 않는다.


전설 같은 광고.

그렇다. 광고 업계 종사자가 아니어도 모두가 아는 광고, 모두의 이야깃거리가 되던 광고들이 있었다.

지금은 왜 그런 광고들이 흔치 않은 걸까?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수준이 과거보다 떨어져서일까?


스마트폰, 유튜브, OTT의 발전과 인기, 그에 따른 TV시청률의 하락등 15년 사이의 일어난 디지털 혁명은 광고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겨우 10년 전, 다니던 회사의 한 해 TV광고 예산은 500억을 가볍게 넘겼다. 지금은 그만큼 TV광고 예산을 쓰는 기업을 찾기는 힘들다.



"대영. 유투라는 게 미국에서 엄청 인기라는데 그게 뭔지 한 번 조사해 줄래?"

2005년이었을까? 전무님 방에서 나온 팀장님은 나에게 생뚱맞은 업무를 지시했다.


검색으로 찾은 건, 애플에서 록밴드 U2의 아이팟 스페셜 에이션이 나온다는 기사였다.  

뜬금없이 왜 이런 걸 찾으라고 했는지 의아했다. 그것이 내가 처음 접한 유튜브의 실체였다.

하지만 그 후 10년이 지날 때까지 수백억 TV광고를 집행하고 제작비에 수억을 쓰는 대기업에서 조차 몇 천만 원짜리 유튜브용 영상을 만드는 일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 후 다시 10년, 이제 유튜브에 온에어하는 광고와 TV광고의 제작비를 차별하는 광고주는 거의 사라졌다.


미디어 환경과 광고 산업은 큰 변화를 맞이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기술, 미디어, 광고 산업의 변화에 맞춰 '광고 크리에이티브'도 변화하고 있을까?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튜브 광고가 많아지자, 초수에 상관없는 드라마타이즈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TV광고 시대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 여러 광고회사들도 나타났다.

광고를 하나의 컨텐츠로 인식하게 된 소비자들도 호응해주었다.

건너뛰기 버튼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도전들도 크리에이티브의 변화 중 하나였다.

data나 기술을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한 크리에이티브적 접근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어쩌면 표면적인 변화의 대응일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변화가 광고 산업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왜 지금은 전설 같은 광고가 흔치 않은가?’와 같은 맥락을 갖는다.


첫 번 째 변화.

과거의 광고는 '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광고는 '선택하는 것'이 되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것 앞에 강제로 위치하는 것은 TV나 디지털 모두 비슷하다.

하지만 시청의 여부는 선택의 영역이 되었다.

유튜브 앞에 나오는 광고를 보는 유저는 1~20% 밖에 되지 않는다. 모두 오른쪽 하단의 건너뛰기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건너뛰기 없는 TV에선 광고를 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TV 시청자의 90%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으며 80%는 광고가 나오는 그 짧은 시간에, 광고 대신 스마트폰을 본다. 광고는 점점 소비자에게 도달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두 번 째 변화

정보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소비자에게로 넘어왔다.

소비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광고에서 주장한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몇 분안에 파악할 수 있다.

설문조사의 결과는 늘 TV광고 보다 소비자 리뷰를 더 신뢰한다고 나온다.

소비자들은 이제 TV광고만을 보고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반드시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한다.  


소비자는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주목을 끌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함'이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TV앞에 모여서 광고를 소비하고, 광고조차 다음날의 화젯거리가 되던, 그 시절의 생각으로 크리에이티브를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시대는 변했고, 소비자도 변했다. 하지만 광고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정의는 변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광고를 선택한다.

디지털에서는 건너뛰기를 누르고, TV앞에서는 스마트폰을 본다.

TV에서 아무리 좋은 광고로 브랜드 선호를 높인다 해도 검색되는 나쁜 후기 몇 개로 들통이 난다.


광고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의 소비자에게 선택되는 광고의 크리에이티브함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든다면 TV광고를 볼 때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는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시청자에게 청각적인 어필로 광고 시청을 유도할 수도 있다.

크리에이티브함의 기준은 시대에 맞춰 새로운 옷을 입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시대가 요구하는 크리에이티브함의 정의에 대해 한 번쯤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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