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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Feb 18. 2024

다 때가 있다

2037년

2037년

연금포털 사이트에서 퇴직연금을 조회하다, 한 번도 현실로 생각해 보지 못한 내 퇴직연도를 마주했다


1999년

처음 사회로 나와 일을 시작했던 때로부터 이미 24년이 흘렀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13년.

지난 시간도 돌아보면 순식간에 흘러갔으니 남은 시간도 그리 흘러갈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 일을 시키거나,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실행하는 성격이긴 하나, 특히 딸이 부탁하는 일은 무조건 바로 한다.

대단한 부탁은 없다. 대부분 아빠와 놀고 싶다는 부탁이다. 책을 읽다가도 재밌는 유튜브를 보다가도 가능하면 달려간다.

첫째는 중3, 첫째는 당연히 더 이상 놀아달라 부탁하지 않는다. 첫 째를 키워보니 더 선명해졌다. 놀아주는 것, 안아주는 것, 함께 다니는 것. 모든 것이 다 한 때였다. 그때는 안아주고 업어주는 일이 힘겨웠으나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조만간 길었던 딸과의 목욕 시간도 끝내야 한다. 갓난아기시절부터 딸의 목욕은 내 담당이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때가 온다는 사실, 다 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어보니 펜타클에서 CD타이틀을 달고 동료들과 100여 편 넘는 광고를 함께 만들었다.

다 잊었으나 쉬운 과정을 거쳐 온에어 된 광고는 없었을 것이다. 어려운 비딩을 거치고 더 어려운 보고 과정과 제작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일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몇 편의 광고를 더 만들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언젠가 광고를 만들 수 없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지금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로 바뀌는 시간이 온다.



아내가 작은 수술을 받고 집에서 회복 중이다. 아내를 대신해 아침, 점심을 차리고 딸과 집 앞 놀이동산을 찾았다. 쉬고 싶은 마음보다 제한된,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겐 광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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