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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May 22. 2024

제품에서 아이디어 발견하기

펜타클 : 신한카드 포인트 플랜 카드 케이스

아이디어 전쟁.

광고대행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좋은 아이디어는 올드한 것을 신선한 것으로 바꿔주기도,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변신시켜주기도 한다. 

광고대행사에선 늘 그런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아이디어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거다.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한다. 

분해하고, 조합하고, 뒤집어보고, 다른 산업을 기웃거리고, 발견하고, 재정의하고... 기타 등등

하지만 모든 방법론이 지향하는 대부분의 목적은 비슷하다. 제품의 USP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소비자의 지갑 속에 있는 카드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카드는 몇 장이나 될까? 챗 GPT에 의하면 2022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약 1억 2,400만 장에 달하며 대한민국의 성인 인구 중 약 74%가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신용카드를 추천해 주는 카드고릴라에 등록된 카드의 종류는 1000개가 넘는다. 


펜타클이 받은 과제는 신한카드의 새로운 카드 '포인트플랜 카드'의 광고였다. 

음... 포인트 카드는 사실 새로울 게 없는 카드다. 

기본 중의 기본 카드. 쓰면 쓴 만큼 포인트를 돌려주는 카드. 


포인트 플랜 역시 기존 포인트 카드에서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소비자에겐 새로울 것 없는 카드였다. 

광고를 만들 때 가장 힘든 건, 소비자에게 들려줄 제품의 새로운 이야기가 없을 때다. 

이 새로울 것 없는 카드를 어떻게 새롭게 보이게 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질 때, 광고주와 나눴던 이야기가 힌트가 되었다. 

"새로울 것이 없으니 카드 플레이트 만이라도 소비자가 각인되게 만드는 것도 방법일 거 같아요"

대행사 입장에선 생각하기 힘든 방향이었다. 카드 플레이트를 잘 각인시키는 것도 발급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주의 방향을 냉큼 낚아챘다. 

광고주와의 소통이 달가운 일만은 아님을 알지만 소통 속에 해답이 나올 때가 더 많다. 광고주의 생각을 잘 해석해 크리팀에게 전달하는 일은 AE들의 주요 업무지만 가능하다면 크리팀 직원들이 광고주와의 대화에 참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는 포인트 플랜 카드의 광고에 대해 두 가지 방향을 세웠다. 

-카드 플레이트라도 제대로 각인시키자 

-최대한 카드의 USP를 잘 살려보자 


그리고 한 일은 카드 이미지만 주구장창 바라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카드는 너무 심플했다. 

이 카드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막막했다. 

신한 포인트 플랜 카드


다른 디자인 요소 없이 카드엔 POINT PLAN이라는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심플한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만큼 크리에이티브에 활용할 거리들도 없었다. 

그렇다면 발견과 의미 부여하기. 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때다.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 더 쉽고 효과적일 때가 많다. 


카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그래도 영어 단어는 있으니, 있는 것으로 요리를 해보자. 

영어 단어, 한 자 한 자를 분해했다. 


P, O, I, N, T, P, L, A, N

그리고 조합하기 시작했다. 

IN, ON, PAN, NANO, NAP, NO, TOP, TIP

생각보다 여러 글자가 만들어졌다. 이 단어들로 카드의 USP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카피를 써보기 시작했다. 


NO : 어디서든 차별 없이 

T : 가정의 달에는 티 나게, 더 적립

TOP : 포인트 적립은 TOP으로

IN : 들어와 포인트 플랜의 세상으로


글자를 분해하고 새로운 단어를 발견하고 그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자 그럴듯한 내용이 만들어졌다. 

광고주와의 회의를 통해 NO라는 부정적 단어를 ON으로 변경했고, 심의로 인해 TOP은 TIP으로 변경되었다.  포인트 카드를 쓰는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통해 너무 꼼꼼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만큼 알아서 포인트가 쌓인다는 개념을 '계획하지 않아도 계획적인'이라는 카피로 만들어주었다. 

밋밋할 것만 같은 텍스트 베이스의 초안을 그림적으로 풍부하게 보이게 해 준 감독의 트리트먼트를 통해 포인트 플랜 카드의 새로운 광고가 만들어졌다. 





많은 비유를 차용하고 소비자가 관심 가질 만한 다양한 요소를 찾는 것이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일반적인 접근 방법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제품 자체에서도 크리에이티브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위대한 브랜드들도 제품 자체나 로고를 이용해 USP나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코카콜라는 제품의 병 모양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맥도널드는 로고 자체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성을 지닌 제품이라면 제품 자체에서 새로운 의무 부여가 가능한 요소를 발견하는 방법도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다. 포인트 플랜 카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단순한 제품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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