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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보콘의 새로운 전략

디지털의 좋아요를 바깥세상으로...

by 김대영


펜타클에게 부라보콘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22년 부라보콘의 캠페인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은 '대한민국광고대상'부터 그 이듬해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 대상'까지 20개 가까운 상을 펜타클에게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2024년 말, 2025년 부라보콘의 새로운 캠페인을 다시 제안하는 자리에 펜타클도 초대되었다.

내심 우리가 했던 캠페인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어쨌든 경쟁 PT인 만큼 펜타클은 수주를 위한 쉽지 않은 여정을 시작했다.


22년의 RFP의 핵심 과제는 부라보콘의 브랜드 레거시인 CM송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2025년. 해태아이스가 원한 것은 콘 시장 1위를 위해 부라보콘의 '사랑' '만남'등 밝고 귀여운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오래된 아이스크림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좀 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전략이었다. 해태아이스는 펜타클의 캠페인 이후 모델 부승관과 함께 일관되게 사랑, 만남의 상징으로서 부라보콘을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요소로서 사랑이나 만남은 사실 강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자칫 뻔한 스토리가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유빈과 부승관이라는 정해진 모델도 크리에이티브를 넓게 펼치는데 한계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FP에 명시되어 있는 사랑, 만남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나 전략적 모델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펜타클은 뻔하게 흘러갈지 모를 이 주제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크리에이티브팀에서 많이 가져온 것들은 큐피드, 사랑의 불시착이나 연예조작단 같은 1차적 사랑, 만남이라는 주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아이디어들이었다.

하지만 회의를 이어가던 중 눈에 띄는 방향이 있었다. 디지털 상에서 호감을 표현할 때 쓰는 '좋아요'가 부라보콘에 있다는 발견이었다. 실제 부라보콘에는 100개가 넘는 빨강, 파란색 하트가 심볼마크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결국 부라보콘을 먹을 때 사람들은 이미 좋아요를 표현하고 있다는 접근이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있던 부라보콘 포장지의 하트마크. 누군가에겐 그냥 포장지의 디자인이었지만 크리실의 동료Y는 그 포장지에서 '좋아요' 버튼을 발견했다. 의미 있는 발견이었다.


크리실 동료 Y의 발표 장표


몇 가지 방향성이 있었고 그 방향에 맞춰 크리에이티브를 정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라보콘의 브랜드가치인 '사랑', '만남'을 강화하는 RFP의 과제를 살리는 방향에서 '부라보콘에는 좋아요'가 있다는 발견을 좀 더 밀기로 했다.

결국 비딩은 수주의 결과로 이어졌고 '부라보콘에는 좋아요 버튼이 있다'는 발견을 이용하는 광고 전략에 광고주도 만족했다.

포장지에서 발견한 좋아요 버튼, 온라인에 머물던 좋아요 버튼을 오프라인으로 꺼내오자는 생각은 클라이언트와 함께 디벨롭되었고 그렇게 만든 광고는 온에어를 앞두고 있다.





'좋아요' 버튼은 온라인상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나 관심을 표현하기 좋은 매개체다. 이 작은 하트에 많은 사람들이 설레기도 하고 인정받는 느낌,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도, 카톡에도, 배달 어플에도, 쇼핑몰에도 어디에나 관심과 사랑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익숙한 심볼이 바로 '좋아요' 버튼이다.

2019년 인스타그램은 하루에 약 42억 개의 "좋아요"가 눌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사용자 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으므로, 현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스마트폰 속에 존재하는 이 버튼으로 인해, 오프라인 상의 현실에서는 좋아하거나 호감을 표시하는 일들이 과거보다 줄어든 거 같다. 쪽지를 건네거나 작은 성의를 전하는 마음의 표시들, 나의 마음을 대신해 주는 일상의 작은 표현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펜타클은 스마트폰 안에서만 표현하는 '좋아요'를 오프라인으로 꺼내올 수 있는 방법으로 부라보콘이 심볼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프라인 '좋아요'의 빈자리를 부라보콘의 하트가 대신하게 해주고 싶었다.

수억 건의 좋아요을 온라인에서 표현할 때 단 0.001%만이라도 부라보콘을 통해 좋아요를 표현하게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캠페인이 되지 않을까? '부라보콘=사랑, 관심'이라는 이미지를 강화시키면서 세일즈까지 극대화시킬 수 있는 캠페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전략에 맞춰 우리는 부라보콘으로 직접 만나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캠페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온라인에서 하트 버튼으로 늘 관심을 표현하지만 직접 만나 표현하면 더 좋겠다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오프라인이라는 현실에 살면서 사랑한다는 표현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남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좋아요는 쉽고 편하다. 표현하지 못하던 감정을 표현하는 긍정적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 상의 작은 버튼이 실제 인간의 감정의 상태와 크기를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진짜 표현하고 싶었던 사랑의 감정도,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디지털화된 숫자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관심과 사랑은 직접 표현할 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는 사실을 펜타클의 새로운 캠페인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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