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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쥴리 Jun 07. 2024

마리의 첫 기일.

마지막 글을 올리고 나흘 뒤, 마리는 거짓말처럼 무지개 별로 훌쩍 소풍을 떠났다.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고 했던가? 우울의 늪에 빠져있던 나는 충동적으로 새로운 아깽이를 데려왔고, 시간은 흘러 마리의 첫 기일이 되었다. 마리를 한 줌의 재로, 또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준 곳 앞에 있는, 그러니까 일 년 전에도 갔던 그 식당에 다시 갔다. 우리는 이곳을 “마리가 알려준 맛집”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정말 맛집이라서도 있지만 마리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가지 않았을 법한 곳에 있는 식당이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근처에 다 와갈 때쯤 왠지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다.


아직도 그날이 이렇게 생생한데 그게 1년 전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그때는 참 모든 게 너무 야속하고, 알 수 없는 자책감과 끝이 없는 상실감에 잠식되어 한없이 우울한 나날을 보냈는데 지나고 보니 마리가 참 적당한 때를 골라서 잘 갔구나 싶다. 짧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최선을 다 할 시간, 인사할 시간을 줬고, 모두가 더 힘들어지기 전에 홀연히 가버렸다. 사실 함께하는 시간은 얼마가 더 있었다 하더라도 아쉬웠을 테지...


그렇게 도착한 식당에서 우리는 같은 메뉴를 시켰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외관과 여전한 맛에 왠지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마리가 좋아하는 작열하는 태양, 시원한 바람, 하늘하늘한 꽃들까지 가득한 날이다.


사랑하는 내 아기 고양이, 잘 지내고 있지? 마침 오늘은 마리가 제일 좋아하던 날씨야. 창틀에서 지글지글 몸을 지지던 니가 아직도 생각나. 모락모락 하게 나와서 찬 바닥에 털썩 쓰러져있다가 일어나서 물을 마시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늘 그 뜨끈한 궁뎅이를 만지는 게 참 좋았어. 그나저나 너어어어는 일 년이 다 되도록 꿈에도 한 번 안 나오고... 말은 안 했지만 나 서운했어! 알아? 하지만 엄마는 관대하니까 마리가 고양이별에서 너무너무 즐겁게 지내느라 그런 거라고 생각할게. 오랜만에 아빠도, 엄마도, 새끼들도 만나서 회포를 푸느라 바쁜 거지? 좋은 시간 보내고 있는 거지?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어.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마리를 보내고 아주 혈기왕성한 아깽이를 한 마리 데려왔어. 봤니? 이름은 리나란다. 마리 이름과 붙여서 부를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더라고. 그래서 리나로 지었어! 리나를 데려오고 보니 우리 마리가 얼마나 점잖고 착한 고양이인지 알겠더라! 진작 알았으면 더 많이 착하다고 말해줄 걸 그랬어. 어쨌든 엄마아빠 잊지 말고 가끔 우리 생각도 해줘. 앞발에 묶은 붉은 실로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있다는 것도 알지? 엄마랑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렴. 수백 번을 말해도 모자란 말이지만 너무너무 보고 싶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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