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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런입니다 Sep 18. 2024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3개월 간의 이른 회고

5년간의 에이전시 생활을 마치고,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직을 결심하기 전부터 필요한 역량을 준비하며 6개월간 공부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자신 있었던 역량들도 새로운 환경에서는 기준이 달라졌고, 새로운 직관을 얻어야 했습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효율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3개월간 다양한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빠른 적응과 성장을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진취적인 커리어를 가진 프로덕트 디자이너 3명에게 직접 조언을 구했고, 2개의 스터디와 3개의 네트워킹 모임에 참여하며 24명의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막연했던 인사이트가 명확해지며, 에이전시 출신으로서 겪었던 고충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변모가 필요했던 착각들


1. 누군가의 결정을 기다리는 습관


에이전시에서는 주로 리더의 ‘컨펌’을 통해 디자인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와같은 환경은 스스로도 리더 역할을 수행 해봤으면서도, 디자인의 최종 결정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타인의 의견을 물으며 스스로가 확신과 결정을 어렵게 만든 것 같습니다.


반면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는 환경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남에게 결정을 의존하기보다는 제품을 깊이 이해하고,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데이터 분석, 사용자 피드백, 사내 협력 등을 주체적으로 활용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결정에 필요한 설득력, 이에 근거할 내용들을 준비하는 것이 주변의 결정을 기다리고 묻는 것보다도 효율적인 고민과 노력의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려는 집착


에이전시에서는 ‘심미성’, 즉 얼마나 빠르고 유려하게 디자인을 완성하느냐가 중요한 역량이었습니다. 워터폴 방식에서는 출시가 곧 결점 없는 완벽한 결과물을 의미했기 때문에, ‘미완성된 결과물’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커피챗에서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미흡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제품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으며, 제품의 성공은 출시 후에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며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은 과한 기대였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예기치 않은 다른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험을 배웠습니다. 


완벽함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제품의 발전을 방해할 수 있기에, 이제는 더 중요한 우선순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ICE 프레임워크 등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결과를 향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 데이터 드리븐을 지나치게 동경하는 것


에이전시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면 모든 것을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을 데이터에만 의존하다 보니 오히려 결정이 지연되고, 의구심은 비효율적으로 커졌습니다.


최근 마이리얼트립 디자이너와의 커피챗을 통해 “결정적인 것은 디자이너의 직관”이라는 큰 인사이트를 얻은 경험이 있습니다. 데이터는 설득의 도구일 뿐, 제품 결정 과정 직면했을 때 디자이너의 직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직관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단을 스스로 배제했던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4. 내 고민과 노력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착각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무에 대한 동경과 기대가 컸고, 그로 인한 애착은 많은 공부와 열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첫 프로덕트 디자이너 역할을 맡으면서,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항상 스스로의 노력이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을 따라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수 많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들과의 경험과 소통을 비춰봤을 때, 이런 노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제품을 위한 노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과정에서 ‘정말 필요한 과정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든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꿈꾸거나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스스로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 길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제품의 성공을 위해 더 빠르게 확신을 얻고, 다양한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과정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려 합니다.


나아가, 누군가 제품의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때, 저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신뢰와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성공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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