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나의 뇌, 수천의 몸

군체 생명체에 대하여

by 공구리

멀리서 보면 해파리 한 마리.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생명이 들어 있다.


# 포르투갈 물총해파리(Portuguese Man O’ War).


겉보기엔 하나의 생명체처럼 떠다니지만,

사실은 네 가지 기능을 가진 서로 다른 개체들의 연합체, 즉 ‘군체 생명체’다.

이 군체는 다음과 같은 네 종류의 생물(폴립)이 모여 이루어진다.

부레(zooid) — 바다 위에 떠다니며 방향을 조절하는 공기주머니

촉수(dactylozooid) — 수십 미터까지 늘어나 먹이를 마비시키는 독성 팔

소화기관(gastrozooid) — 포획된 먹이를 분해해 전체에 영양을 공급

생식기관(gonozooid) — 번식 기능만을 담당


이 각각은 독립된 생명체이지만,
단독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소화하며,
누군가는 번식한다.

각기 다르지만, 분리되지 않는다.
지시도 없고 중심도 없지만, 그들은 하나처럼 움직인다.


# 땅 아래 잠든 거대한 몸, 곰팡이

또 다른 예로, 우리가 보는 ‘버섯’은 곰팡이의 생식기관일 뿐이다.
진짜 몸은 땅속에 있다.
균사체라는 실 같은 조직이 수십만 평을 뒤덮으며 자란다.

균사들은 영양을 나누고, 나무의 뿌리와 교감하며,
죽은 생명을 분해해 생태계를 순환시킨다.
그러나 그 안에는 뇌도, 명령도 없다.

그들은 방향 없이 퍼지지만, 목적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 수많은 몸, 하나의 의지(사회적 군체)

산호는 수많은 폴립이 모여 이루어진다.
개미는 여왕, 일개미, 병정개미로 나뉘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개미 한 마리는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군체는 하나의 존재처럼 작동한다.

그 누구도 전체를 인식하지 않지만,
전체는 완벽하게 기능한다.


# 개체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가

우리는 ‘나’를 하나의 몸, 하나의 의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포르투갈 물총해파리의 촉수는 스스로를 ‘나’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그저 반응하고, 기능하고, 생존한다.

그렇다면 개체란 반드시 자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가?


우리도 들여다보면, 수십조의 세포와 수백 개의 기관으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생물 집단이다.

심장은 스스로 뛴다.
간은 명령 없이 해독하고,
소화기관은 의식 없이 소화한다.


그중 어느 것도 '나'를 인식하지 않지만, 나는 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거대한 군체 생명체를 닮았다.
단지, 그것을 하나의 자아로 묶어 '나'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진짜 하나인가?

아니면, 수많은 생명이 만들어낸 임시적 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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