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든 사업이든 내가 잘 아는 영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첫 번째 창업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내게는 퇴직금 몇푼 정도가 남아 있었다. 사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고 처음 겪는 실패에 멘탈이 상당히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많이 외로웠다. 그런데 탓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모두 다 내 무지와 게으름 덕에 벌어진 일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첫번째 창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었고 적은 수의 구독자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 건졌다는 생각으로 매일 영상을 찍어 올렸다.
내게 남아있는 자산이라고는 이 유튜브 채널 하나였고 나는 절박할 수 밖에 없었다. 라이브 방송을 하고 사람을 끌어모았다. 물론 유튜브를 하면서 악플에 시달리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 받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그래도 유튜브 채널에서 나오는 20-30만원 남짓 수익은 정말 가뭄의 단비처럼 소중했다.
그렇다고 쳐져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뭐든 일어서야 했고 뭐든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당장에라도 길바닥에 나 앉을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애들은 커가는데 가장이 수익 없는 상태로 있는 것은 굉장히 위태롭고 불안했다. 그래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반드시 필요했다.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 찾아온다.
유튜브 시장에 대해서 공부하고 구독자가 늘어갈 무렵, 나는 한 가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너도 나도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하는데, 유튜브 강의를 만들고 사람을 키워서 채널 수익을 분배받으면 어떨까?'
그것이 MCN이라는 비즈니스였고 때마침 다양한 MCN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때 뉴스 헤드라인에는 다이아TV나 샌드박스네트워크 등 MCN회사들의 소식이 가득했고, 한 개인 유튜버가 키즈채널을 운영하여 유튜브 수익으로 수백억대 빌딩을 산 일이 뉴스 전파를 타면서 너도 나도 유튜브 생태계 안으로 뛰어들고 있을 때였다.
이 거대한 시장을 어떻게 가만히 두고보고 있으랴. 사업하는 모두가 그렇듯 이렇게 돈이 가득한 파도가 다가오면 가슴이 마구 두근대고 설레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게는 돈도, 지식도, 인맥도 없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해당 인맥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사장님을 만났고 연예인과 많은 연줄이 있던 그 사장님은 본인도 유튜브에 관심이 많았다며 연예인들과 협업해서 mcn 회사를 차리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에이전시를 하고 있는 사장님이기에, 또 매니지먼트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이 사장님은 이미 연예인이나 개그맨들도 유튜브를 많이 하고 있고 공개코미디나 TV방송에서 개그맨들의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극단이나 소극장도 운영이 힘들어서 이런 사람들. 끼있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니 그들과 함께 유튜브를 기획하고 운영하면 된다고 이야기 했다.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있고 본인이 하자고만 하면 모두 따를 거라며 일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무실을 모두 정리하고 그 사장님의 사무실로 들어가게 됐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부푼 기대는 밤잠을 못이룰 정도로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미 성공한 뒤의 모습들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시장 조사를 하면서 내 추측은 점점 확신이 되어갔고, 연예인들과의 협업이 가능하다면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 또한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경험하듯 언제나 설레발은 필패! 하는 법이다.
그렇게 설레발을 떨었지만 함께 동참의 뜻을 밝히는 연예인이나 투자자는 아무도 없었다. 함께 하자고 했던 사장님은 모든게 다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처럼 '하면 된다', '일만 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상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맨땅에서 처음부터 하나씩 쌓아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예인들, 개그맨들에게 브리핑을 할 수 있는 자리만 한 번 마련해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설득해볼게요. 아니 식사라도. 아니 차라도. 아니 지나가다가 잠깜 들려서 이야기만이라도 들을 수있게 해주세요"
돌아오는 대답은 '쉽지가 않아' 였다.
그리고 정작 MCN은 뒷전이 되어버렸고 갑작스럽게 플랫폼 비즈니스니 블록체인이니 본인 에이전시 사업에 대한 마케팅 고문이니 하는 것들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부산, 전주 등 여기저기 나를 데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시키고 만남을 주선했다.
'내가 하고 싶은건 이게 아닌데. 내가 구상한 비즈니스는 언제 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든 순간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 바닥에서 하루 이틀 있던 사람도 아니고 분명 뭔가를 준비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그 사람의 요청에 최선을 다해 응했다.
통장은 점점 말라갔고, 수익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있다가는 시간만 낭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성장을 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한 법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돈이지만 이 사업을 잘 일으키기 위해서 나는 과감하게 가진 자산과 리소스들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또 다시 흘러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체납에 연체에 투자금은 모두 사라졌고 당장 집에 생활비 한 푼 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1년을 놀면 빈털털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퇴사하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하느라 돈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1년 생활할 돈 외에 모아둔 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굉장히 날 힘들게 했다.
회사를 퇴사한지 정확히 1년 6개월만에 나는 압류를 걱정해야했고 모든 것이 내 멍청한 판단 때문이라는 사실에 누구한테 원망도 하소연도 할 수 없었다.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극심한 공황장애와 우울증은 날 너무나 힘겹게 했다.
그런 적 있는가? 엘레베이터에 한 배달원과 함께 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 배달부가 갑자기 칼을 꺼내서 나를 찌를 것만 같았다. 심장이 터질듯 옭죄어왔고 식은땀이 흘렀다. 몸이 잔뜩 움츠러들고 극심한 공포감이 몰려온다.
그거 아는가?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우리집 가족들이 한 괴한에게 침입당해 모두가 처참하게 살해돼 있을 것 같다는 공포감이 들어 아무 곳도 나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
물론 나보다 더한 실패를 경험한 사람도 많을 것이고 또 나처럼 스스로 무덤을 판 경우가 아니라 외부의 요인 떄문에 실패를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적어도 부끄럽진 않은 실패라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나 부끄러운 실패를 하고야 만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끄러운 실패 덕에 심각한 정신병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 집엔 매일 같이 '채권추심원'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내가 능력을 발휘하거나 기회를 만들어 낼 수도 없다.
모르면, 내가 할 수 없으면, 그것은 아무리 큰 파이라도 내 것이 아닌 것이다.
내가 걸을 수 없는 길이면 걷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이다.
내가 잘 하는 일이 아니면 행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내가 준비되지 않으면 그것은 일이 되지 않는 것이다.
실패는 어쩌면 늘 내 어깨 위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
아니 분명 내 어깨 위에 존재한다.
실패는 그런 것이다. 실패는 늘 가까이에 존재한다.
실패를 멀리하려면 움직여야 하고 공부해야하고 내가 잘 하는 것을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고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업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는가? 그렇다면
1. 내가 모르는 분야는 절대 건드리지도 쳐다보지도 말아라
2. 거기 일확천금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네 것이 될 가능성이 없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한다면 미친듯이 공부하라.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라.
4. 그리고 게으르게 행동하지 마라. 더 움직이고 더 실행하라.
5. 남의 말 듣지 말고 내본질이, 내 중심이 뭔지 고민해라. 그리고 답을 찾아라.
6. 실패는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다. 하지만 성공은 굉장히 멀리 있다.
7. 남들이 했다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8. 선동당하지 말아. 남의 말 믿지 마라. 내사업이니 내 생각이 200% 옳고 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포기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