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너머 마주한 진심, 부모님과 장가계 여행

부모님의 속도로 걷는 길, 장가계 4박 5일의 기록

by 하루담음

길 위에서 다시 만난 나의 거인들


풍경이 너무 거대하면 사람은 할 말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사람의 이름부터 부르게 된다.


장가계의 기암괴석들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광경을 마주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었다. 한 걸음 뒤처져 걷는 아버지의 가쁜 숨소리를 살피고, 어머니의 낡은 운동화 끈이 풀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삼천여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그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가 아니라, 내 앞에 서 있는 두 분이 얼마나 커다란 세상을 나에게 선물해왔는지를 깨달았다. 안개 속에 몸을 숨겼다 드러내는 원가계의 절경은 마치 우리가 지나온 세월 같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고단한 날들도 있었을 텐데, 부모님은 그 험한 산맥을 묵묵히 넘어 나라는 아이를 평지로 이끌어주셨다. 천문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옆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졌다.


우리는 흔히 효도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사실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것은 부모님의 '노화'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였다. 백룡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의 절벽을 순식간에 오를 때, 겁이 난다며 내 팔을 꼭 잡으시던 아버지의 손마디에서 나는 세월의 결을 만졌다.


그 손은 한때 나를 번쩍 들어 올리던 단단한 손이었고, 이제는 자식의 온기에 기대어 세상의 비경을 감상하는 가녀린 손이 되어 있었다. 장가계의 십리화랑을 느릿하게 걸으며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단한 담론은 없었다. "저 바위는 꼭 사람 얼굴 같구나", "공기가 참 달다" 같은 사소한 감탄사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들 사이에는 수십 년간 서로에게 다 전하지 못했던 이해와 화해의 문장들이 숨어 있었다. 풍경은 거들 뿐이었고, 진짜 여행은 부모님의 눈동자 속에 담긴 희로애락을 읽어 내려가는 과정이었다.


내려오는 길, 노을이 봉우리 끝에 걸려 산 전체가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장가계의 산세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겠지만, 오늘 내가 본 부모님의 미소는 오직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풍경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걷는 길은 늘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그 느린 보폭 덕분에 나는 평소 보지 못했던 길가의 작은 풀꽃을 보았고, 내 곁을 지켜준 사람들의 체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이란 결국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속도에 나의 발걸음을 맞추느냐의 문제였다. 산을 내려오며 나는 다짐했다. 이 거대한 풍경보다 더 깊고 넓은 두 분의 마음을, 이제는 내가 더 자주, 더 깊이 들여다보겠노라고.


장가계의 안개는 자욱했지만, 두 분을 향한 나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진 하루였다. 우리는 다시 일상이라는 이름의 산을 오르겠지만, 오늘 본 저 웅장한 봉우리들이 마음속에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낯선 땅에서의 며칠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화려한 사진첩이 아니라,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걸었던 다정한 기억의 조각들이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서로의 등을 밀어주던 그 산길이 벌써 그리워진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부모님이라는 거대한 산맥 아래서 평온히 숨 쉬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다시 갈 수 없는 오늘을 위해 기록, 장가계의 여행 적절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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