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 마이 데이지 May 06. 2023

아이들 빼면 나는 시체?

열정을 가지고 쓸 주제가 너희뿐



오늘은 자기 전에 꼭 글을 쓰고 자고 싶었다. 그래서 일하는 도중에도 무엇에 대해 써볼까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쓸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번 주 내내 여러 사람들과 바쁘게 지냈는데도 쓸 이야기가 없다. 신나게 일을 했고 재미있는 일도 있었지만 막상 글로 옮기려니 열정적인 그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들 이야기를 쓰려니 다들 무난히 잘 지내서 쓸 얘기가 없었다. 사실 쓰고 싶은 내용이 하나 있긴 했는데 그것도 부모, 육아 분야라 맨날 하는 엄마 역할을 이어가는 듯해서 진부했다. 그래서 다른 주제를 찾다 흥미로운 일이 육아 빼고는 없는 나를 발견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생겼다.


나에게 있어서 육아란 무엇일까? 육아를 하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자부심도 느낀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일 같고 육아를 하면서 나의 마땅한 쓰임새를 찾아 뿌듯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밤을 새워 얘기도 할 수 있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혹시 이런 나에게 내가 느끼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인생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데 육아에만 치우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타인과의 관계를 아이와의 관계만큼 집중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나는 늙으면 아이들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타인과의 관계를 가깝게 만들지 않는다.


인간관계 외에도 나를 위한 시간을 쓰는 것(일을 제외하고)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하루 20,30분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같은 만족이 아니라 지금은 신생아를 돌보는 게 우선이니 그 정도는 참고 살아도 문제없다.라고 ‘마음잡으며 ’지낸다. 괴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를 돌보지 않는 편은 아닐까?


그리고 또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해 봤다.


나는 좋아하는 게 없나?

나는 나를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첫째 아이는 나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주 묻는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 뭐가 가장 재미있었는지, 무슨 색을 가장 좋아하는지, 대화를 통해 공통점을 찾고 서로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많이 물어본다. 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말 솔직한 말로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고 한다. 색은 좋아하는 게 너무 많고, 영화는 기억나는 게 별로 없고…. 그렇다. 나는 참 재미없게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럴까? 쓸 이야깃 거리가 아이들 관련된 것 말고는 없다. 그럼 육아 관련해서 쓰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다른 걸 찾고 싶다. 한 주제에만 갇혀 있기 싫었다.

다양한 주제를 찾을 수 있다면 글쓰기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새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아이가 없는 젊은 사람들이라서 아줌마인 내가 끼어들 수가 없다. 눈치 없게 젊은 사람들이랑 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최소한 그들의 안부도 묻고 그들의 이야기도 관심 가지며 듣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 내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나와의 시간이 서먹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자, 다음 글은 주제를 의식하여 찾아 쓰도록 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열 두살의 에피소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