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와인

오늘의 마무리,

by Sarah

처음 와인을 마셔봤을 땐 솔직히 맛이 없다고 생각했다.

쓴데 비싸고, 왜 이걸 굳이 마시는지 모르겠는 음료였다.


그러다 친구가 우연히 사준 moscato dasti를 마셨다.

너무 달아서 와인 같지도 않았고, 그래서 좋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정확히는, 달콤한 와인만.


그때의 내 꿈도 그만큼 달았다.

하루를 마치고 와인 한 잔을 아무렇지 않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버는 어른이 되는 것.

지금 생각하면 참 소박하고, 또 참 순진한 꿈이다.


어느 순간부터 moscato dasti를 안 마신 지 오래됐다.

더 이상 단 와인도, 단 음료도 찾지 않는다.

카페에 가면 메뉴를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냥 아메리카노.


어른이 된다는 건

입맛이 변하는 일이다.

달콤한 걸 견디지 못하게 되고

쓴맛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는 것.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는

“왜 이렇게 쓰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쓴 게 당연하니까.


그래도 가끔은 생각한다.

moscato dasti를 좋아하던 시절의 나는

세상을 얼마나 단순하게 믿고 있었을까 하고.

그리고 그 시절의 내가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오늘의 마무리는 와인이 아니라 커피다.

식어버린 아메리카노 한 잔.

달지 않아서 좋고

그래서 더 현실적인 맛.


아마 지금의 나는

그걸 마실 수 있는 어른이 된 거겠지.

원하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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