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나는 유독 ‘숲’이 싫었다.
아침이면 갑자기 떠나는 캠핑이든, 학교에서 가는 견학이든, 숲에 들어가는 길만 나오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그곳의 나무들은 한국에서 보던 나무들과 달랐다. 키만 큰 게 아니라, 마치 하늘을 찌르듯 곧게 뻗어 있었다. 가지는 위쪽에만 무성해 아래는 텅 비어 있고, 그러다 보니 숲 안은 늘 깊고 어두웠다. 발끝에서부터 머리 위까지, 나를 완전히 삼켜버리는 듯한 그늘.
그때 나는 그 어둠이 무서워 숲길 초입에서 늘 잠시 멈췄다.
하지만 아이였던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숲을 지나야만 다음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숲은 어쩌면 내가 살아오며 지나온 많은 여정의 은유였다.
시작하기 싫고, 이유를 알 수 없이 두렵고, 때로는 발걸음마저 돌리고 싶은 길.
하지만 결국 그 길을 지나면서 내가 조금씩 자라고 단단해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때의 어둑한 숲속처럼…
지금의 삶에서도 때때로 이유를 잃고, 방향을 잃고, 다시 초입에 서 있는 기분이 들지만
나는 이제 안다.
그 길을 견디고 나면, 또 새로운 풍경이 열린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