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여운 것들'
한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극장에서 접한 영화였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대한 사전적인 정보 없이 관람한 영화였고, 관람 후에는 적지않은 충격에 휩싸인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사람의 상상력은 정말 방대하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의식과 환경 속에서 이런 세계관을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일까? 시선에 따라 동화나 기괴한 영화로 보일 수 있는 영화 '가여운 것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가진 인간에 대한 시선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극 중 중심 인물인 '벨라'는 성인의 신체에 유아의 뇌를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서사의 전개에 따라 여러 인물들을 만나고,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놀라운 변화를 갖게 된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편으로는 '그녀와 우리가 다를 것이 없다'라는 생각도 든다. '벨라'처럼 본능적인 선택을 하는 부분, 모든 것의 호기심을 갖는 성향 등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원초적인 감정에 지배되는 '벨라'와 어른의 차이는 어느 정도 절제가 가능하다는 것 뿐이다.
그런 시선을 동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펼쳐낸다. 아름답게 느껴지면서도,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공존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것이라고도 본다. 유아는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아직 시선에 때가 묻지 않았으며, 자신의 주변 요소 모든 것이 동화적으로 보일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세상이 현실적이다. 나를 짓누르는 요소가 되며 내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적인 숲이다. 이 흑백의 느낌이 공존하는 의도적인 연출은 '벨라'를 향한 동정어린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가볍게 보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동화적으로 밎어진 기괴함과 아름다움 그 사이에서 '벨라'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 영화 '가여운 것들'을 통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가진 인간에 대한 시선을 경험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