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30]
자칭 미니멀리스트로 살기 시작한 지 십여 년이 되었다. 아직도 가볍지 않은 삶의 부분이 꽤 있지만, 평균보다는 적게 소유하고 있는 것은 집 안의 가구이다. 우선 침대가 없고, 식탁과 소파 등은 내가 혼자서 들 수 있는 작은 사이즈만 갖추고 살고 있다. 처음에는 식탁 의자 2개에 책상용 바퀴 달린 의자 한 개만 있었는데 가끔 부모님이 오실 때 쓰려고, 본가에서 안 쓰시는 의자를 한 개 받아서 집 안에 들였다. 평소에는 쓸 일이 없어서 여러 번 자리를 바꿔서 배치해 봤는데 돌고 돌아서, 지금은 내가 작업용으로 쓰는 긴 테이블의 끝 쪽에 놓여있다. 혼자 쓰는 테이블에 의자가 두 개라니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보이지 않게 차고의 한 구석에 옮겨 둬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어제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문득 옆을 돌아보니 그 빈 의자에 달빛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앉아있었다. 같이 산지 5년이 되어가는 녀석이지만 아직도 애정표현을 자주 하지 않는 터라, 내 반경 1미터 안에만 들어와 줘도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 모습을 보니, 의자 하나가 여분으로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 남은 빈자리가 없었다면 고양이가 옆에 올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문득, 내가 지금까지 삶을 간결하게 하는 것에만 집중해서 너무 빡빡하고 여유 없이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 옆에 남은 공간이 없어서 내 주변에 머무는 사람들이 없는 것인가? 내 삶에서 무언가가 남아서 넘쳤을 때만 생길 수 있는 뜻밖의 행복들을 지금까지 놓치고 살아온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물건은 적게 소유해도, 마음의 여유만은 넉넉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