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31
작성일: 2026.3.4
새 달이 시작했다고 새로운 루틴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2월 한 달, 28일 동안 기적적으로 매일 9가지의 루틴을 지켜냈다. 스스로도 놀라서 엄청 뿌듯했고, 3월은 더 잘해보려는 의욕으로 가득했다. 몇 년째 달성하지 못한 목표, 풀업 1번 해보기를 다시 시도해보고 싶었다. AI에게 물어봐서 풀업을 하기 위한 근육운동 루틴을 짜고 1일 차 운동을 했다. 2월에 내가 완수했던 루틴들은 일부러 아주 쉽게 만든 것이었다. 대부분 마음만 먹으면 1분 안에 할 수 있고, 시간이 있는 날은 자연스럽게 좀 더 하게 되어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가 쉬웠다. 그런데 풀업 운동은 시간도 15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빼고도 일단 너무 무리였다. 하루에 1분 매달리기를 28일 연속으로 한 것은 나로서는 엄청난 일이지만, 풀업을 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체력이었던 것이다. 15분의 운동을 하면서도 '이건 무리인데'라는 생각이 수십 번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자고 일어나니 두 팔에 극심한 근육통이 왔다. 팔을 어깨 위로 올릴 수 없을 만큼 근육이 땅겼고, 마사지를 하려고 팔에 손을 대는 것조차 아팠다. 두 팔이 정상이 아니라서 그런지 하루 종일 너무 피곤했고, 결국 퇴근하고 나서 끼니를 해결하고는 바로 잠에 들고 말았다. 일어나니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아무 루틴도 하지 못하고 하루를 날려버렸다. 30일 동안 지속되던 루틴이 무너졌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난 예상과 다르게 차분했다. 응?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네. 자괴감에 빠질 줄 알았는데 너무 담담했다. 사실 마음 한 구석으로는 많은 루틴을 언제까지나 계속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늘 떠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럴듯한 구실이 생겨서 모든 루틴을 날려버리고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마저 있었던 것 같다. 어제를 잠과 휴식으로 보내고 오늘 아침을 맞이했다. 당연하지만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게 새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제 푹 잔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가뿐하게 일어났다. 비가 와서 달리기를 며칠 째 쉬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짧게 동네 한 바퀴를 뛰고 와서 출근 준비를 했다. 짧게나마 아침 운동을 하니 몸에 활기가 도는 것 같았다. 여전히 두 팔은 아팠지만, 다행히 다리 근육은 멀쩡했다. 여느 때와 같이 직장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하루가 또 정신없이 지나갔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작은 루틴이라서 한 달 동안 할 수 있었는데, 그걸 무시하고 힘든 루틴을 만들었구나. 일이 잘 풀렸던 이유를 무시하고 욕심이 과했구나. 그런데 할 일이 없다고 해서, 엄청난 자유로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루틴을 수행하든, 하지 않든,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대신 루틴을 안 한 날은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제자리걸음의 하루가 된다. 아주 작은 루틴이나마 실천한 날은 작지만 의미 있는 발전을 쌓아갈 수 있다. 나의 작고 소중한 연봉을 아끼고 저축해서 주책 담보 대출의 보증금을 마련하지 않았는가?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액수이지만, 나에게는 최선인 액수이고, 그것들이 모여 나에게는 큰 금액이 되어주었다. 나의 루틴들도 작고 의미 없어 보여도, 그게 지속되고 쌓이면 태산은 못되더라도 작은 동산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4주 동안 습관을 들인 덕분에 바이올린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내는 것이 크게 귀찮지 않게 느껴진다. 연습하고 있는 곡을 한 번 연습하고, 다시 바이올린을 케이스에 넣는다. 블로그를 열어서 이렇게 오늘의 칼럼을 또 쓰고 있다. 습관이란 게 무섭다. 이 무서운 습관을 잘 이용하면 얼마만큼 발전할 수 있을까? 오직 해봐야 알게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