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대백과사전
대학 전공을 바꿔서 두 번째 입학을 한 이후로 나이 밝히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보다 네 살이 더 많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껴서였기도 했겠지만, 그저 자격지심이었던 것도 같다. 나이를 물어보면 우물쭈물하다 화제를 돌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나이 때문에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주저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고작 20대 초중반의 어리디어린 나이었는데 왜 그리 나이라는 족쇄에 얽매였을까? 대학교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했을 때 신입 회원인 내가 최고령자라는 걸 깨닫고 당황한 동아리 멤버들의 표정을 보고 슬그머니 동아리방을 떴고, 나이가 많은 나와는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지않겠거니 하고 먼저 어린 학생들과 거리를 두었다. 아직도 학생 신분이었던 서른 즈음에는 나이의 무게를 더 무겁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 괴로움에 공부를 접고, 전공과 다른 분야에 취업했다. 일을 시작한 후에도 나이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불편했다.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십 년이 넘는 경력이 있을 나이인데 나는 신입이었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에 찬 몇몇 사람들은 집요하게 나의 나이를 추궁했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답을 피했다. 호주에서는 보통 서로의 나이를 묻지 않기 때문에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더 당황스러웠다. 남들은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지금 돌이켜보면 차라리 한 번 시원하게 말하고 말 걸 그랬다. 그 당시의 나는 많은 나이에 비해 성취해 놓은 것이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지 말 걸. 더 당당하게 살 걸. 마흔이 넘은 이제야 실수를 깨닫는다. 날 부끄러워 하고 감추던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내 자신을 사랑하는데 방해가 되는 벽을 쌓고 있었다.
실수의 원인: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부끄러워했다. 내 인생의 나만의 시계가 있음을 미처 몰랐다.
같은 실수 두 번 반복하지 말기: 누가 나이 물어보면 말해주기 (하지만 상대방 나이 먼저 듣기. 내 나이가 궁금하면 당신의 나이도 알려주세요.)
다짐: 나 자신을 존중하자. 자랑스럽게 드러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