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불편하고 신세대는 편한 세상
대답 없는 자동화 시스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교체를 경험한 기성세대는 가끔은 옛날의 정서가 그립긴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자동화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오디오와 카세트 플레이어를 젊은 세대들은 모르지만 FM 라디오가 젊은 문화의 산실이었고 빌보드 차트 인기가수의 레코드 음반을 사서
싫증 나게 듣던 시대에는 종로, 충무로 극장가에 영화를 보러 긴 줄을 서던 행렬도 젊은 세대의 낭만이었고 영화가 끝나면 오렌지색 천막을 쳤던 포장마차에서 영화 평론하던 추억도 가끔은 그리워진다.
세상이 많이 변했고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될수록 좋은 것은 명화와 골동품만이 아니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데로 기다리는 느긋한 여유가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작은 일도 가능하던 시대에는 상식적이지 않은 부조리는 많지 않았다.
요즘 식당에 가면 메뉴를 직접 선택하고 결제를 한 후 음식이 나오면 번호를 부르고 손님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 먹는 식당이 많다. 처음엔 햄버거나 치킨을 파는 대형 프랜차이즈 대리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시스템에서 메뉴를 가리지 않고 식당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상인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효율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업소를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한마디 인사도 없는 영업 시스템은 고객관리 측면으로 본다면
긍정적인 영업 방식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개인사업자라면 어떻게 장사하든 장사하는 사람 마음이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시스템도 자동화, 첨단화를 따르는 구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요즘 전철역에서 승무원 보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나이 든 어르신들은 길 가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고 더구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00만 명이나 되는 나라에서 한국문화를 모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은행은 4시면 문을 닫는데 4시 이후에는 ATM 기계로 입출금을 하지만 ATM 기계는 천 원짜리 지폐는 사용할 수 없고 영세 상인들이 동전 주머니를 들고 입금하려면 은행 마감시간은 4시인데 3시 이전에 은행을 찾아야 한다.
입출금 업무만을 하는 곳이 은행이 아니며 고객의 돈으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이 고객의 편의보다는 직원의 편의가 항상 우선이라는 시스템은 언제나 변함이 없고 이용자보다 운영자의 편의를 먼저 처리하는 자동화 시스템은 못마땅하기만 하다.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는 매장에 직접 가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고 매장 직원에게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좋은 상품을 추천받아 물건을 구매하는 게 최선이지만 요즘은 인터넷 쇼핑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시간을 절약하는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문제는 모니터 해상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직접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문의도 해야 하고 구매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교환이나 반품도 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쇼핑몰 담당자와 간단한 통화 한번 하려면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회원 ID 입력해야 하고 ID가 생각나지 않으면 찜찜해도 개인정보 입력해야 하며 통화 목적에 따라 다시 번호 입력하고 한참 기다리고 나면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 상담을 진행할 수 없으니 잠시 후 다시 이용해 달라는 자동음성만 반복되다 전화가 끊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어렵게 통화되고 나면 하자가 있는 물건이어도 교환이나 반품하려면 사진 찍어 보내고 안 바꿔 주려는 업체 측과 한참 실랑이해야 하며 택배기사 방문하고 수거한 후 교환, 환불에 소요되는 기간은 빨라야 일주일이고 2~3주는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좀 더 빠르고 신속한 서비스받겠다고 이용한 쇼핑몰에서 스트레스만 받는 상황이 많아도 쇼핑몰 서비스는 감당해야 하는 불편 역시 포함된 것이 아닐까 하고 체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고객의 불편이 어쩌다 한두 번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몇 백만 명의 회원 수로 환산해도 엄청난 비율이며 돈 내고 구매한 고객들의 피해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 속출해도 업체와 고객의 문제로만 해결하는 방법 외에
사회적인 해결 시스템은 미흡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돈 받고 파는 시스템은 일사천리인데 비해 고객관리는 고의적으로 차단한 시스템이 대부분이라는 현실은 엄청난 수의 소비자의 고충을 해결하고 중재를 담당하는 사회적 공공기반이 하루빨리 확충되어야 하며 그에 관한 정부의 시스템과 플랫폼 운영의 자동화가 시급하다는 결론이 따른다.
어찌 보면 공무원을 통해야 하는 민원도 직접 관공서에 찾아갈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고 만족할 수 있는 빠른 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담당 공무원이 민원인을 직접 찾아가 서류 전달하고 설명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대에 맞는 행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법원에 소송 한번 안 해본 사람은 절차가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변호사가 필요하고 법적으로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이며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 입장에서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건도 몇 달, 몇 년이 소요되는 게 재판 기간이다. 그렇다면 자동화 시대에 맞게
법원 소송도 메뉴 고르듯 사건 별로 컴퓨터에 입력하고 마음에 드는 변호사 사진, 경력 보고 취향 별로 선임하고 소요되는 기간에 따라 다양하게 가격 선택한 후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고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변호사 교환하고 수임료 환불받는 시스템도 도입하면 편리할 것이다. 교회 미사나 예배도 TV, 유튜브로 보고 영상강의, 화상진료로 하는 세상인데 당연히 가능한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미국 지상파 TV에서는 새벽 2시 전후로 법률회사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잘생긴 변호사가 광고모델로 나와 어떤 일이든 해결해 드리며 수임료는 언제나 후불로 받고 승소하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채널마다 볼 수 있는데 고민 때문에 잠 못 드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법률회사의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공정을 주장하는 세상에서 컴퓨터 시스템은 없는 곳이 없는데 국민과 대중을 위한 공평하고 편리한 자동화 법률, 행정시스템은 하루빨리 설계하고 현실화되어야 하며 그런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이념이 일치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공정한 사회가 실현되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러나 신속하고 빠른 시스템이 능사가 아니다. 어떤 일을 처리하더라도 목적과 과정이 있는 것이며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당사자들의 의견과 조율은 언제나 필요한 법이다.
세상이 발전하면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고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는 컴퓨터 시스템도 언제나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자동화 시스템이 편리하다 해도 사람이 할 일과 기계가 할 일은 구분되어 있고
자동화 시스템이 운영자의 편익만을 위해 이용돼서는 안 되며 발전된 시스템은 주도층의 목적과 이익 이외에 이용자의 모든 영역으로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기업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면 고객이 소비해야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고 정부가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면 그 혜택은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모든 국민의 몫이어야 세상이 바르게 움직이는 법이다.
편리와 공익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이 편취되는 이익을 발생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며
자동화 시스템의 피해를 어쩔 수 없는 확률적인 실책으로 합리화하는 상황은 종식되어야 한다.
코로나 백신 인터넷 예약 서비스는 계속 먹통이었다.
공정한 세상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고귀한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이며
소외 계층과 소수의 고통까지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