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사회는 직장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정년이 따로 없는 사회는 능력주의의 세상을 만들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신세대, 구세대에 관계없이 밀려나는 세태는
어제, 오늘 일어난 상황이 아니며 이런 현상은 자본주의 선진국의 경제 순환을 우리나라도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숙련된 전문가, 의사, 변호사, 공학 엔지니어처럼 높은 학력과 전문적 지식으로 일하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전문적 안목과 경험을 사회가 필요하기 때문에 60이 넘어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전문직이라 해서 안정적인 위치를 보장받을 수 있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다양해진 사회는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가 더욱 세분화되었고 새로운 정보를 통한 새로운 시스템이 계속 등장하는 추세이며 그에 따른 기술이 향상되지 않으면 고학력의 전문분야 역시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더욱이 인문학을 전공하고 한 분야의 독특한 기술이나 실적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나이가 들수록 희박해진다.
어떤 업종에서나 경험과 경력은 중요하지만 비슷한 조건, 동일한 업무에서는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관례와 연륜이 시대적 감각에 맞지 않는다는 관념적 판단을 하고 능력이 우선시되는 사회는 숙련된 기술 보다 새로운 시스템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확률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중년의 업무능력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경험이란 통계와 확률에 따른 노하우가 집약된 기술(skill)이므로 새로운 시스템과는 차별화된 능력이라 할 수 있으며 경력은 업무처리에 필연적인 의사결정과 변수에 대한 예측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정보와 아이디어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시스템이나 아이디어를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는 기능이므로 장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보다 유용한 능력은 없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물결이 범람하는 세상이지만 기존의 가치와 새로운 기술의 조화와 협력은 필요한 것이고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의 가치를 무너트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컴퓨터 알고리즘이 노동력을 대신하고 편중된 투자가 신기술을 지향하면 노동은 전문기술의 분야로만 제한되고 새로운 시스템은 새로운 트렌드를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에 관련된 비즈니스의 확대는 숙련된 노동과 소자본의 기업은 설자리를 잃게 만든다.
변화의 속도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모든 산업은 미래지향적이므로 기존의 구조가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절대 세대교체로 규정할 수는 없다.
기술의 발달은 과학의 진화에 따른 것이고 대규모의 자본은 국경 없이 이익이 발생하는 곳으로만 몰리기 때문에 기존의 구조가 무너지는 현상은 구세대에서 신세대로 넘어가는 교체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스템이 산업과 사회, 문화로 확산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산업의 변화는 자본과 기술, 사람이 몰리는 궤도가 달라진 것을 의미한다.
물론 새로운 것이 모두 좋을 수는 없고 새로운 것은 기존 시스템의 영역에서 탄생하는 것이므로
신기술이 전통적 기능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노동보다 자본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미 시작된 산업구조의 변화는 더욱 확대될 것은 틀림이 없다.
곧 이익이 발생하는 분야에만 투자가 집중되며 과학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은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을 만들고 기존의 노동시장의 변화가 가속되며 불균형한 성장은 계속될 것이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대규모의 자본과 신기술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능력주의는 소수의 자본 밑으로 흡수되고 새로운 일자리와 함께 새로운 분야의 생산성은 성장하겠지만 도태되는 분야 역시 증가할 것이다.
변화란 진행되기 시작하면 거대한 기류를 형성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경제와 정치, 문화도 변화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자동차가 처음 대중화되었던 시기에 인터넷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고 공중전화가 거리마다 있던 시기에 스마트폰 역시 상상할 수 없었다.
불과 몇십 년이 안 되는 기간에 일어난 변화이다.
4차 산업의 물결 속에 비관론과 낙관론이 등장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도래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사회가 발전하면 폐해 또한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에 이르러 성장의 속도만큼이나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이 환경문제이고 성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미개척 분야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도 현재 일어나는 변화이다.
앞으로 환경문제를 도외시하는 투자는 불가능하고 세계 경제는 공존 없는 성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특성은 자본이 몰리는 방향으로 경제가 움직이는 법이므로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몇 세대에 걸쳐 정립된 기존의 틀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언제나 경제는 인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변화의 속도는 예측을 앞서는 속성이 있기 마련이고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교체된 것은 편익과 기능의 향상이지 생활과 문화의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 변화는 신세대, 구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경험과 경력은 변함없는 자산이고 그 자산이 변화에 적응할 때 경력은 능력으로 빛을 발한다.
배우 윤여정 씨는 70이 넘은 나이에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다.
시대가 원하는 인력은 적합한 능력일 뿐 나이와 관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