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은 지갑에서 나온다

접대문화

by Paul

대접이란 말 그대로 누구를 예의를 갖춰 모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대접은 이해관계가 철저히 계산된 격식이라 할 수 있다.

집 안 어른께 예의를 갖추는 가족모임을 제외하면 대접하고 대접받는 접대는 공식적 의례가 대부분이며 목적이 있는 경우에 고급스러운 수단으로 사용되는 절차이다.

접대 문화가 지나치게 발달한 우리나라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크든 작든 규모를 따지지 않고 싫어도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 부지기수다.

옛 부터 예를 중요시하던 전통과 민족정서가 맞물린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사업상의 목적이나 인맥 형성을 위한 접대 모임은 오래전부터 관례가 되어 조직사회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절차처럼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많이 간소화됐지만 종무식이 끝나면 며칠 후 시무식이 있으며 그날은 조촐하던 거창하던 식사 자리가 있기 마련이고 부서 별로 회식은 정기적인 행사이며 부서의 매출이 오르거나 부서장의 생일에는 언제나 회식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아무리 관례라 해도 불필요한 소모적인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누고 정겨운 시간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업무나 인맥 관계 때문에 내키지 않은 자리에 얼굴도장을 찍어야 하는 경우라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회식도 근무의 연장이라는 개념 역시 접대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접대가 사업상의 합의나 계약을 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청탁이나 비리의 장소로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은 우리네 접대 문화는 국제적 비즈니스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어느 사회에서나 관례가 돼 버린 문화는 좋던 나쁘던 통념으로 작용하여 잘못된 것도 당연히 해야 하는 악습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을 술자리에서 해야 한다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건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큰 부담을 수반하는 악습임은 분명하다.

흔히 일 때문에 술을 자주 마신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핑계 일 뿐 업무와 관계있는 모임은 거의 없다. 시대가 변해서 술자리에 억지로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일과 관계된 이유로 직장 상사나 동료들과 술 마시는 횟수가 개인적인 자리보다 더 많은 현실은 일과 회식이 분리되지 않는 문화적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목적이 없더라도 고마운 사람을 대접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어떤 경우라도 대접받는다는 것은 흐뭇한 일이지만 하는 사람, 받는 사람 편안하지 못한 자리는 아예 만들지 않는 게 좋다.

내가 누구를 위해 수고를 했으니 당연히 받아야 하고 신세를 졌으니 갚는 것 외에도 반드시 대접을 해야 된다는 속물근성이 접대문화를 확대했다.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대접하란 말이 있듯이 대가를 바라지 말고 좋은 마음으로 베풀고 대접받고 싶으면 정당하게 돈을 쓰고 대접받아야 한다.

소주 먹는 동네 술집에서의 대접이란 주인이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고 안주라도 덤으로 주면 VIP 대우지만 일인당 몇십만 원 주고 먹는 식당은 호화로운 장식에 종업원도 미남, 미녀이고 깍듯한 서비스에 손님을 왕처럼 모신다.

일반적으로 교양을 그 사람의 지식수준, 고매한 품격, 사회적 위치로 평가하고 인격이란 그 사람의 매너, 배려하는 모습, 절제된 행동이라 하지만

요즘 시대의 교양은 그 사람의 자산 가치이고 인격은 그 사람의 지갑에서 나온다.

대접받고 싶으면 돈을 쓰고 존경받고 싶으면 돈을 벌어라.

존경받고 산다는 건 VIP가 되었다는 것이며 VIP는 어디서나 대접을 받는다.

작가의 이전글과거로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