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 여행의 경험이 많지 않지만 단언컨대 가장 힘들었던 여행
- 서로 다른 구성원 6명 모두가 만족한 여행
- 가족의 의미를 생각한 여행
- 다시는 이러한 구성으로 여행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또 다른 여행지가 있을까 잠시 생각하는 여행.
이번 여행을 정리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이외에 더 많은 생각들이 있었지만 지금 글을 쓰는 공항버스 안에서 나의 상태는 메롱이다. 너무도 힘들었다. 보통 해외여행을 하면 ‘이제 며칠 남았구나’ 생각하면서 아쉬워하는 것이 정상 같은데, ‘이제 며칠 밖에 안 남았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여행의 어려운 조건들은 아래와 같았다.
- 부모님 두 분 모두 70세 이상으로 오래 걷지 못하시고 하루에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의 제약이 있다.
- 초등 아들과 고등 조카는 반대로 에너지가 넘친다. 숙소에 있으려면 뭐 하러 해외까지 왔냐는 표정.
- 아내와 나는 입맛에 맞지 않아도 현지 음식들을 먹고 싶었다. 일본에 왔으니 전골, 초밥, 와규, 라멘 등. 아이들은 음식을 주문해도 깨작깨작 손만 대고, 간식을 주로 먹는다. 편의점의 천국답게 빵이나 과자를 너무 예쁘고 맛있게 만들어 놓았다. 알뜰하신 부모님은 조금만 주문해서 나눠먹자고 하시는데 나는 무조건 1인 1 메뉴. 조금 주문하면 식당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초등 아들은 조부모님만 있으면 슈퍼 왕 개구쟁이로 변신을 한다. 어린 시절 오냐오냐 돌봐주던 조부모님이 자기편이라 내 말은 듣지도 않는다.(집에 가서 두고 보자-눈치는 빨라서 여행 후에 며칠만 우리 집에서 지내다 가시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일본인들이라 아이의 행동이나 큰 목소리가 여행 내내 신경이 쓰였다.
-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일본이었지만 부모님이 계셔서 모든 이동에 택시는 필수였다. 다행히 일본은 글로벌 택시 어플이 편하게 이용 가능하였다. 하지만 기계치인 아내와 학생 두 명, 노인 두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해서 택시 두대를 부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콜을 해서 3명을 보내고, 내가 콜을 해서 나머지 3명이 타고 목적지에서 만났다. 첫날 공항부터 출국날 공항까지 모든 이동을 이렇게 했다.
- 10년 만에 해외에 나간 아내는 아기자기한 일본 물건들을 쇼핑하고 싶어 했다. 정신없는 아이들과 어르신 두 명을 모시고 너무도 혼잡한 돈키호테 같은 곳을 절대 갈 수 없었다. 하루 일정을 소화하고 부모님과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아내와 함께 24시간 돈키호테나 드럭스토어 쇼핑을 매일 다녔다.
- 우리 가족들 모두 소심하여 요즘 같이 편한 언어번역 프로그램 쓰기를 두려워한다. 그 말은 곧 현지에서의 모든 소통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힘든 점이 많았지만 행복한 기억들도 많다.
- “더 늦었으면 걷기가 힘들어서 못 왔겠다.”라는 부모님의 말씀
-“이것저것 챙기느라 당신이 고생이 많네” 아내의 격려
-“아빠! 다음번에는 일주일 일정으로 유럽으로 가자” 아들의 만족감
-“삼촌! 일본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 같이 올 수 있어서 감사해. “ 조카의 감사
- 4일간의 일정 중에 가족이 함께 온천을 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바쁜 아버지의 사정으로 목욕탕을 한 번도 함께 가보지 않았다. TV에 항상 나오는 대중탕에서 아빠와 아들이 서로 등을 밀어주고 목욕을 마치면 항아리 모양의 우유를 마시며 나오는 기억이 난 없었다. 이번에 그 기억이 생겼다. 40이 넘는 나이에 생겼다. 그것도 삼대가 함께 목욕을 한 기억이다.
이렇듯 가장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여행을 마치며 생각을 정리한다. 곧 여러 일정에 대해 상세히 정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돌아오니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