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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을 뜨는 방법

18개월 신문을 구독하며

by 하이브라운

세상은 참 많은 부분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한쪽이 삐끗되면 전체가 영향을 받기에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정치, 경제, 교육, 사회, 예술, 국방, 세계 등 살아가며 알아야 할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 살아보니 세 가지 입장이 있는 듯하다. 전반적 관심을 가지거나,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거나, 무관심하거나. 또한 살아보니 삶을 둘러싼 전반적 관심이 아니라면 더 나은 삶을 사는 것(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점차 확실해져 간다.


종이 신문을 구독한 지 18개월에 접어든다. 최근 기사에 우리나라 인구 중 1년에 1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절반을 넘고, 종이 신문을 정기적으로 보는 사람은 한 자릿수의 퍼센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 신문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너무 큰 장점들이 있기에 그것들을 나누고자 글을 쓴다.


아들의 인생 스승님으로부터 종이 신문을 매일 읽게 하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포털사이트나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편하게 기사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조금은 의문이 들었다. 여러 신문사를 검색한 끝에 어린이 신문을 받을 수 있는 신문사를 찾았고, 조간신문을 구독해야 함께 배달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신문을 구독하게 되었다. 월 2만원이라는 돈이 아깝기도 했지만 아이를 정성껏 지도하시는 스승님의 조언이라 감사함으로 따랐다.

집에 TV도 없고, 게임이나 영상을 즐겨보지 않아 평소에도 여유 시간이 있으면 인터넷 기사를 주로 보는 내게도 신문은 조용한 충격이었다. 여태껏, 내가 보고 싶었던 분야의 기사들만,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시스템 속에 흡수되어 있었던 나를 발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문을 1년 이상 보면서 가장 크게 깨닫는 것은, 내 머릿속 정보들이 하나씩 연결되어 간다는 것이다. 또한 머릿속에 정보들이 새롭게 추가되어 뿌려지고, 그것들이 다시 이어져 가는 것을 반복한다. 경제와 교육이 연결되고, 교육이 사회와 연결되며, 사회가 경제와 연결된다. 사회의 한 가지 사건이나 현상을 보면서 단편적인 사실에만 집중하던 모습에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와 원인들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사고의 깊이는 그대로일지 모르나 폭은 확실히 넓어짐을 느낄 수 있는데, 참 감사한 일이다.


최근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뉴스가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주식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에 가담하고 그 조직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사건의 표면이이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20대 취업자는 3년 가까이 감소하고 있고, 금융기관 대출의 연체율 또한 전 연령대 중 20대가 최고라고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타깃이 된 비수도권의 고용률이 40%가 되지 않고, 선후배 중심의 인맥 구조 또한 작용했다고 한다.

덧붙여 캄보디아는 정부의 역할 상실과 공직자의 부패, 부정 청탁 등이 만연화 되었고, 외국 자본등이 급격히 유입되었으며 중국, 라오스 등의 단속 강화로 범죄 집단이 이동하여 범죄의 중심이 되었다. 경제 사정 악화로 정부와 공직자는 수익이 발생하는 범죄를 그대로 두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을 예전에 보았다면, 우리 가족에게 캄보디아 여행은 당분간 없을 것이고, 젊은 청년들의 노력 없는 보상을 바라는 '한탕 주의'를 비판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내 취업난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수도권과 지방간 균형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며, 젊은 세대에게는 노력한 만큼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공정한 성과주의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분별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사회의 하나의 점은 모든 점들과 맞물려있음을 깨닫는다.


처음 며칠은 아이의 어린이 신문만 빼서 보고 나머지는 모아서 버리는 게 일이었다. 어느 때부터 아까워서 읽게 된 신문이 너무 큰 유익을 가져다주었다. 위에서 언급한 장점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평소 예술 분야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신문에 소개된 작가나 해설을 보고 스스로 찾아보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아주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 번 책에 관한 코너가 실리는 데, 여기서 소개된 책 중 상당수를 구입하여 읽었다. 하루에도 수 천권이 발간되는 책 중에서 양서를 찾는 어려움을 해소해 주었다. 좋아하는 작가들도 생겨 그들의 작품을 기다리는 작은 행복도 빠질 수 없다.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월 2만원의 비용, 하루 한 시간의 투자는 신문이 주는 유익에 비해 매우 작다고 생각된다.

딱 1년만, 헤드라인만 봐도 괜찮으니, 신문을 보면서 우리 안의 수많은 점들이 연결되어 많은 분들이 더 좋은 삶을 사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


*제목 그림 출처- chat gpt

저는 그림처럼 생기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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