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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Aug 18. 2019

[영화 리뷰] -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

스핀 오프니 그렇다 치자. 어쨌든 재미는 있으니까

  2001년 LA 뒷골목의 범죄자들 이야기로 아주 작게 시작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어느덧 전세계를 사로잡은 블록버스터가 된 것을 넘어 스핀 오프를 제작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의 시리즈가 되었다. 물론 전혀 다른 배경과 인물을 다룬 2006년의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가 있긴 했지만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는 그래도 정규 시리즈에 꾸준하게 얼굴을 비춘 캐릭터들을 가지고 별개의 영화를 만들었다. 누가 뭐래도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 분]와 그 가족들이지만 홉스[드웨인 존슨 분]와 쇼[제이슨 스태덤 분]는 워낙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었고 배우들의 인지도 역시 어지간한 영화의 주연급이기에 기획의 측면으로서는 굉장히 영리한 영화였다. 실제로 그 기획이 주는 장점도 충분히 발휘가 됐지만 반대로 기존 시리즈에서 기대했던 부분들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이 아쉽다.

  우선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기본적으로 주는 이미지는 차량을 바탕으로 한 아날로그 액션이다. 보통 영화에서 차량을 이용한 액션은 주로 추격전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여기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말도 안 되는 스턴트를 영화 내의 세계에서 말이 되도록 만들고 그 액션이 주는 쾌감이 상당한 시리즈다. 더군다나 기본적인 감성이 LA의 뒷골목이다보니 낡은 도시의 느낌과 현실적인 차량으로 이런 스턴트를 구현해내기에 말도 안 되는 액션을 조금이나마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쿨한 느낌까지 주었다.

  아쉽게도 이번 영화에서는 상술한 부분이 많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비현실적인 차량 스턴트를 바탕으로 하여 액션 시퀀스를 구성하고는 있지만 주인공으로 삼은 두 캐릭터의 신분, 그에 따른 작중의 배경을 따져봤을 때 전작들이 가지는 쿨한 느낌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자신보다 훨씬 규모가 큰 적 상대에게 형형색색의 튜닝된 슈퍼카로 맞붙던, 말도 안 되는 것을 행하던 쿨함이 아니라 이제는 진짜로 붙을만한 캐릭터 둘이 붙기 때문에 아날로그한 액션의 타격감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특히 화룡점정으로 악당은 이미 SF의 영역으로 가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분노의 질주> 타이틀이 주는 아날로그한 느낌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시리즈가 장기화되는 와중에도 시리즈 본연의 색깔은 지키며 왔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는 유일하게 그런 개성이 사라진 작품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기는 하다. 개성이 부족한, 비교적 평이한 액션 씬들이라고는 해도 여전히 즐길만한 수준의 액션 시퀀스로 충분히 이루어져 있고 무엇보다 본편의 이야기에서는 한껏 발산하기 어렵던 두 캐릭터를 활용해 충분한 재미를 이끌어낸다. 힘을 중심으로 한 홉스와 기술을 중심으로 한 쇼의 액션 스타일도 그렇지만 두 캐릭터가 주고 받는, 소위 '티키타카'라고 할 만한 대화가 주는 재미도 상당하다. 코미디적인 측면에서는 예상치 못한 카메오의 활용도 아주 탁월하다.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액션의 규모를 생각해봐도 여름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다하고 있다. 여전히, 전작들에 비한다면 아쉬운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즐길만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 아닌가 싶다.

  스핀 오프는 쉽게 말하면 외전이다. 본작의 세부 설정 및 캐릭터를 가지고 별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핀 오프의 특징을 생각하면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는 그럭저럭 수긍할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여전히 전작들에 비해 단점이 더 눈에 보이기는 한다. 개성도 많이 사라졌고 이야기의 방향(가족애 등)은 마음에 들지만 그 과정이 아쉽고(심지어 개연성 문제는 꾸준히 논란이 됐음에도) 무엇보다 완전히 SF로 보내버린 영화의 설정을 후속 작품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걱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시원시원한 영화이기는 하다. 이 시리즈를 대할 땐 언제나 그랬듯, 머리를 비우자. 그러면 최소한의 재미는 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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