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이 개봉한지 벌써 3년이 더 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3년이면 차기작이 나오고도 남을 시간입니다만 나홍진 감독에게는 제작에 들어가지도 못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황해> 이후 <곡성> 개봉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6년에 달하는 등, 나홍진 감독이 걸어온 길을 봤을 때 단순한 허송세월이라기보단 이후 행보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위안을 삼아봅시다. <미쓰 홍당무>로 데뷔한 이경미 감독은 차기작 <비밀은 없다>가 개봉하기까지 8년이 걸렸고 거장 이창동 감독 역시 <시> 이후 <버닝>이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으니까요.
어쨌든 그런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 드디어 제작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입니다. 연출 이외에 작업(임필성 감독의 <악의 꽃> 제작, 현재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을 하던 중 꾸준히 신작에 대해 고민하던 나홍진 감독은 본래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실제로 나홍진 감독은 해당 영화를 연출하기로 마음을 먹고 사나이픽쳐스가 제작을 맡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를 두 차례 성공적으로 연출했고(<추격자>, <황해>) 비극에 빠진 인간들을 지독하게 파고들며 강하게 몰아치는 연출이 특기인 나홍진 감독이기에 많은 팬들 역시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해당 기획을 접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작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밝혀진 것이라고는 쇼박스와 계약을 했다는 것 외에는 하나도 없죠. 그럼에도 많은 언론과 영화 팬들이 단지 나홍진 감독이 신작 작업을 할 것이라는 이 소식에 열광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나홍진 감독이 걸어온 행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장편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감독이지만 필모그래피는 단 세 편에 불과한 이 감독에 열광하는 이유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지독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뷔작 <추격자>에서는 선과 악이 분명하게 구분되던 '경찰 - 범죄자'의 구도를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으로 잡아 가장 절박한 놈들의 처절한 추격전으로 구성해냈고, 차기작 <황해>는 대중적으로는 큰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전작보다 훨씬 더 지독하고 황량한, 독특한 질감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6년 만에 내놓은 <곡성>은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이미지들과 그 이미지들을 흘린 후 대범하게 던지는 질문으로 충격을 선사했고 평단의 극찬은 물론 대중에게까지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감독 본인의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현재 상업 영화 활동을 하는 감독들 중 가장 독특한 색을 가지고 있는 나홍진 감독이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막 작업에 들어간 영화이기에 정확히 언제 신작이 공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