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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09. 2020

[영화 리뷰] - <정직한 후보>

순진한게 장점이자 단점

  코로나 사태로 극장가가 사실상 마비된 현실에서 <정직한 후보>는 그나마 나은 성적표를 받은 작품이다. 영남권을 시작으로 사태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직전, 사태가 종식되어간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시점인 2월 둘째 주에 개봉해 2월 개봉작들이 전반적으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을 때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주제 상으로도 나름 시의적절하고 무엇보다 정치의 무거움을 뒤로하고 가볍게 터져주는 코믹한 요소들이 즐비한 작품이기에 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단점은 그 가벼움에 있다.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그 논리마저 가볍게 다룬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 자체와 이를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있다. 원작이 있는 데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설정은 짐 캐리 주연의 <라이어 라이어> 등의 영화에서 이미 많이 봐온 설정이라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설정이 갖는 힘은 충분히 잘 활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매 장면에서 소소한 반전들을 유도해내고(예를 들면 공식 석상에서 격조 있는 말로 시작해 상스러운 말로 마무리하는 등) 이러한 상황을 배우 라미란이 아주 잘 소화해내며 김무열, 윤경호, 온주완, 라미란 등 다른 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리액션으로 받아주면서 장르적인 재미만큼은 잘 끌어낸다.

  하지만 웃기는 '상황'이 아니라 2시간짜리 이야기 전체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크다. 웃음을 유발하고 가벼운 분위기를 기본으로 하는 코미디 영화의 특성상 과장은 기본적으로 동반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정직한 후보>는 상황만을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의 논리를 비약하고 있다. 정직함을 무기로 정계를 돌파해야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지만 영화의 분위기에 얹혀 그 과정을 비교적 쉽게쉽게 풀어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 소재가 아예 현실에서 발을 떼고 있다면 모를까 국민 모두가 경험하는 정치, 그것도 선거 유세 기간을 중점적으로 다루기에 이러한 비약은 영화의 큰 약점이 되지 않나 싶다.

  정치를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만드는 입장에서도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교묘한 이해관계가 오가는 그 과정을 잘 살려야 하는, 난이도가 있는 소재이면서도 대중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고 있는 소재라 평가의 잣대도 낮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정직한 후보>는 이러한 부분에서 성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상황을 활용하여 우선 한바탕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그림은 그렸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더 첨예한 논리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더더욱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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