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아널드 웨스커의 희곡에서 인용한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된다.
최근 한 택배기사가 자신의 SNS에 '손님'을 '손놈'이라고 올려서 논란이 일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혐오가 묻어나는 표현이지만 택배기사의 입장에서는 뭐 그럴 수 있다. 문제는 본문 아래 달린 '그 손놈이 딸배 니 월급 준다'라는 댓글이었다. '(내가)니 월급 준다' 이 말에는 분명한 폭력적 의도가 들어 있다.
경험상 이런 인간들은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자기 발밑에 둘 수 있다고 여기며 계산속이 빨라 좀처럼 손해를 보지 않지만 어쩌다 손해를 보면 포악하게 돌변하는 타입인데 정말이지 만나고 싶지 않은 유형이다.
내가 예민한 거 다 안다. 다시 한 번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누군가를 증오하게 된다. 사람을 대하는 직종에 오래 종사하다 보면 사소한 댓글 하나에도 비이성적인 흥분을 할 때가 있다. 일종의 직업성 질환(정신병)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 사진을 정리하고 보니 '앞을 가로막는 장면들'이 많아서 내심 놀랐다. 창문이나 커튼 만큼 수없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