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시작되는지 하늘이 흐렸다. 따뜻한 이불 속에 잠겨서 이 기분을 이겨 보려고 해도 자꾸만 멍해진다. 주말 내내 소설을 읽어주는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누워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다. 제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어김없이 월요일은 왔고, 뇌가 텅 빈 것 같은 정신상태가 계속되었다. 좀 웃어 보려고 애썼지만 입꼬리를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평소 말 한 마디 나누지 않던 이들이야 그렇거니 하겠지만 그나마 몇 마디 인사를 나누던 동료들은 느닷없는 나의 침묵으로 인해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 할지도 모르겠다.
매번 내 행동에 대해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내 기분만 앞세워 상대방이 모른 척 피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 역시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라서 나도 나름대로 가책이 있다. 사회화된 인간이라면 차마 꺼낼 수 없는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 당신의 명랑함이 싫습니다.'
글로 써 버렸다고 해도 말로 뱉으면 안되는 조심하려고 해도 표정이나 행동으로 드러나 우스운 사람이 돼 버리고 마는 그런 말 그런 생각. 이 비틀린 마음을 바로잡고 싶은데 대놓고 '나의 우울은 이만큼 입니다' 시위를 하고 있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