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난아씨 Nov 10. 2024

매일 읽는 습관

거기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지 말자

종일 헌책을 정리했다. 볼만한 책과 이론서들은 중고로 팔고 곰팡이가 슨 책은 버렸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였더니 갈증이 났다. 먼지 쌓인 방에 앉아 목이 긴 유리잔에 술을 따라 마시며 문장을 읽고 책장을 넘기는 동작을 반복한다.


책에서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 압축을 해 온 인부는 점토처럼 변해버린 폐지 더미를 삽으로 긁어모으는 일을 하며 '도시 하수도 깊은 곳에 버려진 시궁창 밑바닥을 긁어내는 기분'을 느낀다. 

그 기분 알 것 같다. 살찐 기분, 뱃가죽 안쪽에 낀 지방 덩어리가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 무게에 못 이긴 의자 시트가 회복될 가망이 없을 정도로 구겨지는 물리적 현상. 체중이 늘면 전보다 더 덥고 기분도 저조하고 대인관계도 귀찮아진다.


확실히 독서보다는 체중 변화가 생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고로 책을 읽는 것보다 꾸준한 운동과 식단 조절이 필수이며 운동 후 독서가 최선이겠지만 나를 비롯한 인간은 그런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어려운 다이어트 보다 살찐 기분을 잊어버릴 수 있는 쉬운 루트로 책 읽기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매일 독서하는 습관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지 말자.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진 않는다. 이참에 종이 더미를 좀 더 버려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너무나 쉬운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