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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여 Jul 31. 2024

새벽밥

                                       

                                                一如


아직 깊이 드리워진 어둠

밥 안치고 계란말이 하느라 분주한 부엌

어설픈 손놀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떠나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짓던 새벽밥


밥상 곁에 앉아 지켜보는 어머니 눈은 

세파에 시달릴 아들 걱정 한가득


언젠가부터 

남겨진 어머니를 위해

아들이 짓는 새벽밥


밥상 곁에 앉아 지켜보는 아들 눈은 

홀로 남겨질 어머니 걱정 한가득


떠나는 길 위 

뜨거워진 눈시울

어머니와의 말 없는 대화



* 중년의 아들은 지난 30여 년을 직장 생활을 이유로 부모님 찾아뵐 날이 많지 않았다. 3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혼자 남으신 어머니. 어머니에게 치매가 진행되는 걸 알게 된 것은 5년 전 일이다. 치매가 진행되다 보니 어머니는 몇년 전부터 밥 짓고 음식 만드는 일을 손에서 놓으셨다. 그동안 고향집에 갔다가 서둘러 현실로 돌아올 때면 어머니는 나를 위해 새벽밥을 짓곤 하셨다. 그러나 어머니 치매가 진행 중인 지금은 내가 어머니를 위해 밥을 지어 올리고 길을 떠나야 한다. 가까이 사는 형님, 누님이 자주 들르긴 하지만 함께 살지 못하는 나는 늘 한스럽고 죄스럽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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