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사이 들어온 누군가의 감정
내가 평소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우울함과 슬픔이라고 생각해오던터라 이제는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 우울해.
주변 친구들과 대화할때도 숨쉬듯 뱉어내던 말들이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슬프다, 지친다.
그러면 주변에서 늘 대답했습니다. "하나도 안슬퍼보여요. 전혀 안 우우울해 보이는데요?"
그럼 내가 뱉는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온 감정일까. 이 감정이 내 감정이 아니라면 누구의 감정이란 말인가. 힘들고 지쳐있다, 라는 감정을 중얼중얼 거리며 떠올려봤을 때 두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부모님하면 떠오르는 그들의 모습은 늘 힘들고 지쳐있는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항상 부모님의 힘든 뒷모습을 봐오며 자랐고 하루를 고되게 마치고 돌아온 그들의 한숨을 들으며 그 감정, 그 한숨을 그대로 내 것인 것처럼 흡수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차곡차곡 어린 내 안에 쌓여온 그들의 한숨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제 것인 것처럼 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자신의 감정을 힘껏 분출해야 할 아이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의 감정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이 짓는 표정이 곧 나의 표정이었고
그들이 내쉬는 한숨이 곧 나의 한숨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의 아픔은 곧 나의 아픔이 되어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건 누구의 마음일까? 분명 머리로는 슬픔이라고 우울함이라고 인지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질감 느껴지는 마음에 조금 더 집중해 보기로 합니다.
어쩌면 내가 버릇처럼 말하는 힘듦과 우울함은 사실 힘듦과 우울함이아닌 분노일지도 모릅니다. 내 감정은 수용받지 못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상대방의 감정에 귀기울이고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에 대한 분노.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지만 지금의 부모님은 나의 마음을 수용할 여력이 없기에 계속해서 타인의 감정만을 받아줄 수 밖에 없는 이 상황과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나의 감정이 쌓이고 쌓인 답답함이 만들어낸 분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사로운 감정 하나라도 나는 내 감정에 귀를 기울여주고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난 마음인지 분명히 들어주어야 합니다. 이유없이 생겨나는 감정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