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회피하는 나에게

회피성으로 자라난 내 마음에 대해서

by 탄고

근래 들어 차분하고 인내심이 많다. 이성적이면서 공감을 참 잘해준다, 등의 칭찬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저의 모습은 저러한가 봅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저의 어릴 적엔 눈물 많고 여리며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습니다. 늘 삐지고 투정 부려서 "또 삐졌네"라는 말을 자주 듣고는 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부모님은 두 분 다 밤낮으로 일하시느라 피로와 스트레스를 늘 받고 계셨고 몸이 안 좋으신 조부모님은 살 날이 많이 남지 않은 걸 스스로 아셨는지 늘 눈물을 참으셨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그들의 모습입니다. 투정을 더 이상 부릴 수 없게 된 것은 당연하고 늘 숨죽여 가족들의 감정을 살피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렇게 감수성 풍부하고 눈물 많던 여린 아이는 삐지고 우는게 아닌 우는걸 참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본래의 나를 감추게 된 것입니다. 나조차도 그런 모습이 있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꼭꼭 숨겨두었습니다.


회피성은 이렇게 만들어져갑니다.


본래의 나라는 모습이 숨겨지고 이후에 나타난 결과가 회피성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의 나입니다. 가족, 환경, 상황의 이유로 원래의 내 모습을 잠시 뒤로하고 원래의 내 모습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 나를 숨기고 필요로 하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가족이란 생존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존재이니까요. 그 생존이 요구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결과가 바로 지금의 회피성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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