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시야를 넓히는 것에 대하여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여행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최소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 몇 년 동안 돈을 모아 여행을 가면 오랫동안 모아둔 돈을 그 짧은 기간 동안 다 써버리게 되고 남는 것 없이 그저 그 순간에만 즐거운 것이 여행인데 과연 그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까지 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약 2년이 지난 지금 몇 달에 한 번씩은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가려고 노력합니다. 시간이 안되면 휴가를 내서라도 꼭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사진 찍기에 좋은 명소나 맛있는 음식들이 많은 맛집 추천지를 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여행을 가는 이유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조금 멀리 봐보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살다 보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일 때문에 혹은 관계 때문에 갈등도 많고 풀리지 않는 문제들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같은 문제를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하고 이미 머릿속으로 답은 내렸지만 머뭇거리며 망설이게 하는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크고 작은 문제들을 계속 마주하게 되면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는 참 작아지게 됩니다. 작은 문제 하나에 금방 주눅 들고 이런 거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자책까지도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늘 먹고 자는 집,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 사무실 그리고 이동하는 동안 잠시 머무는 지하철 안.
24시간 7일 내내 늘 보는 공간에 나를 담아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여러 문제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내가 항상 보는 그 공간들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항상 보는 공간에만 갇혀있다 보니 내가 참 작은 존재로 비치지만 나는 이 커다란 세상 속에서 더욱더 커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다시 되새겨주기 위해 여행을 갑니다.
저 머나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면 정말 하찮고 자지 구리 하게 느껴질 만큼 지구는 참 작다, 라는 표현을 칼 세이건은 사용했었습니다. 어쩌면 이와 비슷한 이유로 저는 여행을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늘 머물던 곳에서 잠시 벗어나 멀리 넓은 곳으로 가며 내가 마주하고 고민했고 놓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가볍게 바라보고 놓아줄 수 있는 여유와 용기를 조금이나마 얻어보기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