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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대지 May 09. 2023

빗썸의 코인 상장 광폭 행보 회고

빗썸이 올해 들어 암호화폐 상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3년 1분기에만 상장한 코인이 29개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가 상장한 7개에 비하면 자그마치 4배가 넘는다. 2분기가 돼도 마찬가지다. 4월에만 상장한 코인이 인젝티브, 아하토큰, 펠라즈, 인젝티브, 에스티피, 옵티미즘, 크립토지피티, 로켓풀, 오아시스, 지엠엑스, 디와이디엑스 등 10개에 달한다.


빗썸이 이처럼 공격적 상장에 나서는 이유야 뻔하다. 거래 수수료 때문이다. 빗썸의 매출 구조는 거래소 수수료 100%다. 2022년은 가상자산 불황이었던 이른바 크립토 윈터 때문에 매출, 수익 모두 70% 가량 타격을 입었다. 빗썸메타, 부리또 월렛 운영사 로똔다 등 신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모두 적자를 봤다. 13개 상당의 자회사 중 흑자를 거둔 곳은 빗썸시스템즈 뿐이었다. 오죽하면 본사에서 자회사들에게 사업 지속하려면 외부 투자 유치 알아보라는 말까지 나왔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하지만 이같은 공격적 상장의 부작용도 있는데, 다른 글에서도 적었듯이 빗썸의 상장용 지갑으로 불리는 지갑에 특정 재단이 자신의 토큰을 입금해 이른바 상장픽이 유출돼 상장 이후 도리어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크립토지피티처럼 상장한지 채 한 달도 안 돼 유통량 불일치 이슈로 투자유의종목 지정받은 종목도 나왔다.


크립토지피티는 빗썸 상장 코인 중 역대 최단기 투자유의종목 지정 코인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더욱 심각한 건 크립토지피티가 빗썸 상장 전부터 이미 커뮤니티에서 재단이 발표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크립토 커뮤니티에서는 빗썸 상장 팀 자질을 의심하는 반응이 많았다. 크립토지피티 측은 빗썸 유의종목 지정 이후 텔레그램 채널 채팅 기능을 닫는 등 스캠 프로젝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불통 방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예외도 있긴 했다. 지난 3일 메인넷이 출시되면서 토큰이 출시된 수이는 빗썸에서 1500%가 넘는 놀라운 상승률을 보여줬다. 같은 날 동시 상장한 업비트에서는 10%대 상승률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상승률이다. 하지만 수이는 빗썸에게 얻어 걸린 로또 같았다고 볼 수도 있다. 메타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디엠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수이는 오래 전부터 앱토스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기대를 모았던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들도 수이 버즈를 알았기 때문에 5대 거래소가 일제히 수이 토큰이 출시되자마자 같은 날 상장했다. 코빗에서는 0.49수이를 1억원에 매도한 용자까지 나왔을 정도로 수이는 예정된 로또였던 것이다.


빗썸은 제2의 수이같은 프로젝트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문을 많이 두드리고 다니는 것 같다. 요즘 코인판에서는 페페코인 이후 밈 코인이 한창 핫한데, 핫한 밈 코인 리스트 중 하나인 프로젝트가 빗썸에서 상장 컨택을 받았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바로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아비트럼 블록체인 기반 밈 코인 아브도지(AI도지)다.


위 캡처 사진은 아브도지 팀이 지난 8일 올린 트위터다. 팀에 따르면 한국 거래소 빗썸이 먼저 상장 신청서 작성 및 검토 후 상장 신청할 의지가 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빗썸은 거래 수수료의 50%를 바이백하고 아브도지를 소각하는 데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빗썸도 그렇지만 어느 거래소든 상장하고 나서는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유동성 공급 기준치를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아브도지는 전체 토큰 물량 중 팀에게 할당된 물량이 없어 유동성 공급이 어려웠고, 그래서 빗썸 상장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코인마켓캡에서 보면 아브도지 토큰은 100% 커뮤니티에 할당됐다. 사전에 벤처캐피털 상대로 ICO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외에 분배된 토큰 자체가 없다는 게 팀의 주장이다. 커뮤니티 투표도 거치지 않고 임의로 팀이 거래소 상장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할 수 없으니 상장 논의가 쫑났다는 게 아브도지 측 설명이다.


빗썸 쪽에 이게 사실인지 물어보니 공식적인 답변은 "상장 관련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였다. 하지만 부차적으로 "사실일테지만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관련 논의 사항은 NDA로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게 거래소 입장에서는 맞는 일이다. 하지만 결국 빗썸이 먼저 아브도지에 컨택했다는 팀 주장이 맞다는 소리다.


이걸 보고 빗썸이 참 돈 될만한 프로젝트를 열심히 찾아다닌다는 걸 새삼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런데 요즘 일명 세력들이 빗썸에서 상장 후 재미를 못 본 지 오래다보니 시큰둥해진 편이다. 광폭 상장 외에는 수익 창출 수단이 없으니 어쩔 수 없고, 상장해도 수익률이 기대 이하다보니 코인 투자자들도 빗썸에는 요즘 별로 눈길을 안 주니 답답할 노릇일 것이다. 빗썸이 업계 2위긴 하지만 1위 업비트와는 따라잡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있으니.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좀처럼 탈출구를 찾기 힘든 빗썸의 딜레마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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