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th)와 D(eath) 사이의C(hoice)

-30대는 왜 결혼을 선택하지 못하는가

by 최고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요즘 최대의 고민이다.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괴로움이 비단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사실 번스타인의 음악적 생애를 다룬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번스타인의 결혼생활에 대한 영화였다. 번스타이과 그의 아내 펠리시아의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보며 내 생각은 두 시간 내내 계속해서 바뀌어갔다.


자유롭고 예술적인 두 영혼의 첫 만남을 볼 때는 역시 취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고 행복한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세상의 이치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번스타인의 그 자유로움은 다른 남자들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번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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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재능을 보이며 번스타인과 각자의 커리어를 잘 쌓아나가던 펠리시아가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결국 번스타인의 일정을 관리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역할이 되고 만 현실은 공허함과 분노를 느끼게 했다. 자신의 삶을 내려놓은 것에 더해, 음악적 활동을 왕성하게 해 나가는 번스타인의 남다른 예민함을 인정하고자 노력하는 펠리시아에게 돌아온 것은 번스타인의 바람.


역시 나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혹시나 결혼을 하더라도 나의 삶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나의 인생을 내려놓고 가정, 남편을 위한 인생을 선택한 대가가 바람이라니! 증오심이 일렁였다.


그저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생물학적 이유로 출산을 맡게 됐을 뿐인데, 성공 가도에 진입했던 두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나조차도 번스타인의 이름은 잘 알지만, 펠리시아의 이름은 너무 낯서니까.


하지만 사랑이 뭐고, 정이 뭘까. 그의 바람으로 별거 기간을 가졌지만, 서로에 대한 뜨거운 마음(사랑보단 이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으로 결국 부부의 연은 다시 이어진다. 만나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어 더 울화통이 터졌다!


인생은 왜 이렇게 모순적이고 인간은 왜 이리도 복잡한지.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인지라 그동안의 마음고생으로 인해 펠리시아는 암을 얻게 되고 번스타인은 그녀의 여생을 살뜰히 보살핀다.


투병생활 중 펠리시아, 번스타인, 자녀들이 추억의 노래를 들으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보며 분노는 잦아들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펠리시아의 인생에 대한 존중과 위로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위한 삶을 선택해서 살다가 내가 눈을 감으면,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까? 공허함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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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커리어를 쌓아 능력을 발휘하는 삶, 커리어보다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는 삶 등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은 수없이 많다. 내가 죽기 직전 눈을 감을 때,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은 어떤 삶일까.


커리어 vs 가정 이 두 개가 같이 갈 수 없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 사회의 한계가 다시 한번 좌절감을 느끼게 하지만.


결국 아내가 떠난 후 다시 남제자와의 사랑을 즐기는 번스타인을 보며 펠리시아가 생전에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배려는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해. 희생하는 순간 나 자신이 사라지니까.”


사람의 생각은 계속해서 변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결과는 알 수 없으므로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일지는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옳은 선택이란 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에 대한 이런 고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끊임없는 고민만이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는 원동력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답 없는 고민들을 이어가고 있나 보다.


인생의 갈림길 앞에 서있는 모든 30대들, 파이팅!

모든 선택은 최선의 선택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