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강인한 로맨티스트, 김선욱

by 최고은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한줄평: 강인한 로맨티스트, 김선욱


오늘밤은 여름밤이 아닌 가을밤 같은 기분이다. 김선욱 피아니스트 덕분에 낭만이 가득한 밤


지휘자로 유명한 김선욱이 본업인 피아노 연주를 한다는 소식에 예당에 왔다. 할 말이 많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첫 터치부터 정말 너무 깜짝 놀랐다. 처음 들어보는 타건감이었다! 그냥 탱탱한 정도가 아니었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경쾌한 타건감이 물방울이 통통 튀는 소리, 탱탱볼이 튀는 소리 같은 느낌이었다면, 김선욱의 타건감은 타이거새우가 팔딱이는 느낌이었다! 그 묵직한 생생함에 일단 귀가 트였다.


이렇게 파워가 좋은 피아니스트를 만나본 적이 있던가. 그냥 툭툭 치는데 꽝꽝 파워 가득한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에너지가 가득하게 울려퍼지는 파워에 일주일의 피로가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소리가 진짜 시원시원했다. 자꾸 듣고싶은 중독성 있는 소리였다.


그리고 지휘자셔서 그런지 분명 피아노 한 대를 연주하고 있는데 피아노의 독주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같았다. 피아노를 연주한다기보다 피아노의 각 현들을 지휘하는 느낌? 참 스케일이 크게 느껴지는 연주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소리의 넓이였다.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가 스파게티면 같다면, 김선욱의 소리는 페투치니면 같았다. 그냥 한 음만 툭 치는 소리가 어떻게 그렇게 넓게 날 수가 있지? 진짜 매력적이었다! 손가락이 좀 두툼하시려나..


파워풀한 매력의 여운을 느끼며 인터미션을 보냈는데, 찐은 2부였다. 이 공연을 예매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2부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이었다. 클래식 모임에서 2악장을 들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서 가슴에 꽂힌 곡이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슈베르트의 고독한 슬픔이 깊이 느껴졌는데, 김선욱의 이 곡은 소주 한잔하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기생충 같은 영화를 보고, 혹은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 차오를 때, ‘인생이 뭘까..’와 같은 내면으로 파고드는 질문에 대해 씁쓸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김선욱 연주자님 mbti가 혹시 e이실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도 해보았다.


워낙 파워풀한 연주를 보여주어 섬세한 감정 표현은 조금 약할 수 있겠다는 편견을 가졌는데, 아주 편협한 편견이었다. 슈베르트 4악장에서 솜사탕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소리에 진실의 미간이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 나의 원픽은 앵콜이었다. 두 번째 앵콜곡이었던 브람스 3개의 인터메조 op.117 no.2가 너무너무 로맨틱했다 이 곡에서 약간 김선욱에게 감겼다.. 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세 번째 앵콜이 있었다.


그가 세 번째 앵콜을 위해 피아노 앞에 앉자 관객들이 환호를 했는데, 마지막 앵콜이라며 입을 연 그가 마지막 앵콜곡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목소리가 생각보다 젊어서 놀랐고ㅋㅋㅋ 공부하던 시절, 음악을 왜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할 때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던 곡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감상해서인지 너무 신기하게도 진짜 ‘음악적인’ 곡이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뭔가 위로하는 말을 건네는 듯한 생명감도 있는 곡이라 곡 자체도 좋았고, 김선욱의 연주도 너무너무 좋았다.


나와서 앵콜곡명을 확인해보니 곡명이 슈베르트의 ‘음악에게’!

참.. 어떻게 딱 그렇게 느껴지게 작곡을 할 수 있을까? 들을수록 신기하다. 그리고 슈베르트는 진짜 천재같다


강인함과 로맨틱함을 모두 느끼게 해준 김선욱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낭만 그 자체였다. 예당을 나오는 순간 후덥지근함에 지쳤던 하루는 까맣게 잊고, 낭만이 가득한 가을밤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나.. 오늘 누군가의 팬이 된 것 같다ㅋㅋㅋㅋ찾아보니 내일 용인에서 공연을 하시는데 가고 싶어졌다.. 2년만의 리사이틀이라는데, 지휘도 좋지만 피아노 연주도 자주 자주 해주시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선욱 지휘자님의 경기필 공연도 꼬옥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