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장 아름다운 것은 순수한 것
<루돌프 부흐빈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2>
-2024.6.30.
⭐️한줄평: 결국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순수한 것
클래식에 대한 막연한 애정만 있을 뿐 제대로 감상할 줄 몰랐던 시절, ACC에서 하는 공연들을 자주 찾았던 적이 있다.
그저 곡을 익히기에 바빠 연주자별로 이렇게나 해석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그 때,
처음으로 피아니스트 고유의 느낌이라는 게 있다는 걸 느끼게 했던 공연이 바로 루돌프 부흐빈더의 연주회였다.
가볍게 치는데도 깊은 울림이 있는 백발 노인의 연주가 너무나도 인상깊어서 그의 이름이 기억에 깊게 남았었다. 그런 그가 예당에서 연주회를 한다고 해서 고민없이 티켓을 예매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인 그는
작년에 7일에 걸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이어
올해는 이틀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했다.
78세의 연세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열정과 체력이다.
심지어 항상 공연 후에 사인회까지 하신다고 하니..
여튼 그만큼 큰 기대를 하고 간 공연은 정말 ⭐️대만족⭐️이었다.
일단 부흐빈더의 음색이 너무나도 맑았다. 보통 노령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짙은 연륜과 음악성을 기대하게 되는데, 부흐빈더의 연주에서는 소년미가 느껴졌다. 연주자를 보지 않고 소리만 들었다면 분명 젊은 연주자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 맑은 소년미에 감탄했고, 다음으로는 다부진 손놀림에 감탄했다. 화려하게 연주하고자 하는 의지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으나 맑고 담백하게 연주하는 그의 연주는 너무나도 간드러지게 아름다웠다.
특히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의 연주를 보여준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연주도 감동을 극대화했다. 깔끔하고 담백해서 더 멋진 음색과 연주였다. 그들의 연주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아주 딱 알맞았다.
별도의 지휘자 없이 연주와 지휘를 같이하는 부흐빈더의 호흡에 맞추며 함께하는 모두의 연주에 관객의 호흡까지 한데 모아지는 느낌이었다. 말 한마디 들리지 않는 적막 속의 공연이었지만, 모두가 깊이 빠져들어 감동에 젖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먼 길 오신 부흐빈더 선생님의 건강을 잠시 걱정했으나, 오히려 더 빨리 달리며 오케를 끌어당기는 연주에 걱정이 무색해졌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유명세를 얻게 되었으나 올곧게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의 길을 걸어온 그의 순수한 애정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그의 음악이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지.
오늘도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함과 동시에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도저히 공연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자리: 2층 E블록 2열 15번 - 소리도 좋았고, 연주자 표정이 잘 보여서 좋았다. 다음엔 1열로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