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3이던 해에 그는 1학년 학생을 또 두들겨 팼고, 재수 없게도 그 친구가 맞다가 많이 다쳤다.
그 일로 그는 끝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가 학교를 떠나던 날, 나 혼자 배웅을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웬 개똥폼인지...
떠나는 뒷모습에는 기괴할 만큼 포악스럽던 변태자의 모습은 없고, 그저 어깨 구부러진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한걸음 앞서 걷고 있을 따름이었다.
'당신은 왜 아무런 저항할 힘이 없던 여고생들을 그리도 학대했는가'
'참혹한 당신의 그 폭력성은 누군가로부터 학습된 것이었던가'
'당신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던 것인가'
'이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가 휙 뒤돌아 나를 보았다.
"핸쑤기, 니는 진짜로 잘 될끼야.
내가 학교 있으면서 아들(애들) 하도 주패가(줘패서) 원수 마이 생겼는데, 니 같은 아는 첨 본다. 진짜로.
내한테 맞은 아들(애들)은 전부다 내하고 철천지 원수가 되었는데...
정핸쑤기 니 참 희한하고 독하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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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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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 일은 진짜로 미안했대이..."
그로부터 10년 뒤 나는 사법시험을 합격했고 판사가 되었다.
마침내 나는 복수에 성공했다.
그런 가치 없는 사람과 일에 내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시답잖은 분풀이로 끝내지 않고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실력으로 되갚아주었다.
내가 바뀌었더니 모든 것들이 다 바뀌었다.
"분풀이 좀 했다고 복수가 되는 거 아니다.
진짜 복수 같은 걸 하고 싶다면은 나은 인간이 되거라 그들보다.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줘.
니가 바뀌지 않으면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낭만닥터 김사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