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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Doe Aug 21. 2023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패션일을 하고 싶었어요

드라마 속의 클리셰, 예쁘고 일 잘하고 연애까지 잘하는 디자인 실장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그래서인지 패션업계는 일반 사람들에게 화려하게만 생각되는 분야 중 하나다.

사실 나도 그래서 패션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예쁜 옷이 좋은데 그 옷을 매일 보는 게 일이라니!

나는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패션일이 하고싶었고 그러다보니 그 일을 10여년이나 하게 되었다.

아직 젊고 미래가 불확실한 당신이 만약 패션업계라는 근사해 보이는 케이크에 관심이 있다면 한 입 맛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그 때의 나에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그런 얘기 말이다.







여느 소녀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녀 중 하나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연필로 열심히 밑그림을 그린 후에 아빠가 사다 주신 색색깔의 카란다쉐 색연필들로 나름 그라데이션을 넣어서 곱게 칠했던 나의 개량한복 컬렉션들이다.

마론인형 같은 몸에 드레스를 닮은 여러 디자인의 한복들을 많이도 그렸더랬다. 지금 가지고 있었다면 좋은 추억이 되었을 텐데 이사하던 중에 없어졌든 엄마가 버리셨든 어쨌거나 내 기억 속에만 찬란하게 남아있다. 하긴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일 수도.

어쨌거나 유년기에 받은 여러 미술대회 상들은 내가 그림을 정말 잘 그려서가 아니라 으레 주는 상들 중 하나인 것을 깨달았을 때, 소묘할 때 그림자 그리는 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될 즈음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은 접었다.


그런 평범한 나에게도 좋아하는 것이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영어. 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내가 엄마에게 이걸 꼭 하고 싶다며 건네준 전단지는 어떤 영어학습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영어공부는 왜 그리 재미있던지. 이것도 역시 엄마가 말씀해 주신 거지만 밥 먹으라고 부르면 조금만 더 하고 먹겠다고 할 정도였다고.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창 시절 내내 교내 영어방송이나 각종 영어 말하기 대회, 영어 받아쓰기 대회들을 섭렵하고 대학은 국제화전형으로 쉽게 입학했다.

잠깐 내 자랑 아닌 자랑을 떠벌린 이유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패션분야에서도 영어가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언어영역쪽은 뛰어난 편이었지만 난 동시에 수포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불확실한 수능점수에 대비해 미리 수시입학을 위한 쿠션을 만들어두었던건데 요즘 입시는 수학으로 결정된다고 하더라.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다간 아주 큰일날 뻔 했다.

어쨌거나 꼭 영어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이거 하나는 자신있지!" 하는 나만의 무기 하나쯤은 꼭 만들어두기를 권하고 싶다.




패션회사에는 디자이너와 MD만 있지 않다. 패턴사, TD, 컬러리스트, MR, 영업, 소싱 등 여러 가지 롤들이 있다. 그리고 이 롤들은 국내 패션업에서 크게 수출과 내수라고 불리는 각각의 큰 카테고리 안에 촘촘히 배치되어 있다. 나는 수출과 내수 모두 경험을 해보았는데, 다음 화에서는 내가 패션업을 시작하게 된 수출 쪽부터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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