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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정 Jul 21. 2022

[북&무비] - 돌보는 마음?!

《퍼펙트 케어》 vs 『돌보는 마음』

직업이든 사업이든, 한때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절대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특히 그 종류도 다양한 학원이 그랬다. 맞벌이 시대에 걸맞게 부부가 직장에 나간 사이 아이를 돌보아주고 교육시켜줄 사람과 공간이 필요했다. 넘쳐나는 게 학원이었다. 옛날옛날에 말이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은 그 넘쳐나는 학원에 갈 아이들 수가 줄어도 너무 줄었다는 의미다.    

  

직업이든 사업이든, 지금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대세다. 학원 대신 늘어난 것이 요양병원과 노인주간보호소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나이가 들어도 잘 늙지도 잘 죽지도 않는다. 또 그러려고 하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100세 시대다. 삶과 죽음의 가치가 새롭게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수명도 늘었고, 수명이 는 사람의 수도 너무 늘었다는 의미다.   

    

2021년 2월 개봉한 영화 《퍼펙트 케어》는 바로 이러한 초고령화시대에 딱 맞는 영화다. 여주인공 ‘말라’는 실버들의 재산과 건강을 맞춤 케어해주는 사업가이다. 자식들은 각자의 생활로 바쁘니 법률지식을 갖춘 전문 관리사가 다양한 실버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노인들을 관리해 준다는 이러한 아이템은 그야말로 고령화시대에 매우 유용하고 유익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악용’에 있다.      


‘말라’ 역시 그러하다. ‘말라’는 애초부터 이러한 시스템을 악용하는 악덕사업가다. 철저하게 법률적인 제도 안에서, 대상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라는 점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말하자면, ‘노인’은 시설 좋은 요양원으로 보내고, 남은 재산은 관리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몫으로 챙기는 것이다. 멀쩡한 노인을 요양원에 보내야 할 의학적 명분이 있어야 하니 의사와도 유착해야 하고, 요양원은 요양원대로 노인의 수가 한 명 늘수록 이익이 되는 구조이니 ‘말라’의 사업과 유착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합법적인 절차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섬뜩함마저 준다. 여주인공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력과 예측을 불허하는 스토리 전개, 적절한 코믹요소의 가미로 인해 꽤 입소문 좋은 영화로 꼽힌다.      


2022년 김유담의 소설집 『돌보는 마음』은 제목에서도 짐작되듯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는 서로 다른 환경과 사연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중 표제인 「돌보는 마음」은 아기를 맡기고 일을 해야 하는 직장 여성 ‘미연’을 통해 표출되는, ‘돌보는 마음’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위해 아기를 맡기려고 해도 쉽지 않은 구조를 말하려나 싶은 이 이야기는, 이웃 할머니 ‘남희’의 등장으로 치매노인의 돌봄 노동 문제까지 확장되기에 이른다.      


실제 한국에서 직장 여성이 아이를 낳고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 보조나 시스템은 언제나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외국인 이주여성이거나 나이 든 여성들의 몫이다. 제대로 된 보모는 ‘웃돈’을 더 주어야 구할 수 있다.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뀌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내 아이를 가장 잘 돌보아주는 이웃 할머니 ‘남희’를 만난 것은 미연에게 행운이었다. 그러나 CCTV를 통해 알게 된 남희의 비밀은 경악 그 자체다.  그 비밀이 경악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그 비밀을 잉태하는 현실이 경악스럽다는 것이다.    

  

국가가 발전할수록 아동,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과 복지도 함께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나 사각지대는 있다. 영화와 문학은 이러한 사회의 단면들을 날것으로 들이대면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어떻게 살 것이냐고. 또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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