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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te greentea Feb 21. 2023

KARMA, 카르마.

'KARMA', 카르마, 서도호, 2002

서도호 작가의 카르마 작품은 코로나 시기에 MMCA 디지털 미술관 콘텐츠로 처음 접했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요즘 유행하는 VR 작품인 줄 알았으나, 덕수궁(!) 미술관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 작품임을 알고 한 번 더 놀랬던 기억. 

이 작품은 서도호 작가의 카르마 조각의 드로잉 작품이다. 맨 아래의 인물 조각 위로 하나하나 쌓여있는 사람의 형상. 처음에는 마블유니버스에 나오는 빌런의 모습인 줄 알았더랬다. 어깨 위에 올라가 눈을 가리고 있는 형상. 작가는 아이를 목마 태워주며 떠올랐던 형상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하나, 나는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히고 가슴이 무거웠다. 간단한 드로잉, 여백도 많고 간단한 선들의 연결로 이어진 이 단순한 드로잉에서 나는 묵직한 에너지를 느낀다. 아슬아슬, 그러나 아래의 존재에 꼭 붙어있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하면서 한숨도 나오면서 복잡한 심정이 든다. 

나는 크면서 부모님을 크게 의식하며 살아오진 않았다. 외동딸로 크며 늘 맞벌이로 바쁘고 서로가 냉랭했던 부모님 사이에서 나는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귀찮았고, 혼자 스스로 내 삶을 결정하고 살아 내는 것이 쿨하고 멋지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40살이 넘어가며 가끔 내 삶을 잠시 관조해 볼 때면 내 어깨에도 수많은 목마가 태워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사소한 습관, 생각하는 방식,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등등 어쩌면 내 것이라, 내가 스스로 만들었다 생각해 왔던 것들이 그저 내 안에 켜켜이 쌓여있는 것들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업보, 카르마.. 좋은 일을 하면 다시 좋은 일로 돌아오고 나쁜 행실은 결국 불행이란 이름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업보. 이 업보가 그저 내 삶 안에서 돌고 도는 것이 아니라 나 이전에, 나 이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관계성. 나는 이 조각의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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