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유민의 눈빛이 나현을 향했다.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시선이었다.
마치, 모든 게 네 탓이라는 눈빛 같았다.
나현은 잠깐 눈을 피하더니
말없이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분위기가 흘러가는 방향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나는 조용히, 다시 말했다.
“둘이 사귀든 말든 그게 뭐가 중요한데?
나는 그냥 알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계속 너희 옆에서 병신처럼 몰랐으니까.”
그 순간,
나현의 눈동자, 광대, 목덜미…
모두 시뻘게졌다.
심장 박동이 그대로 피부로 튀어나온 느낌.
숨은 억지로 삼켜내는 것처럼 들렸다.
“… 입조심해.”
딱 그 한 마디.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나현과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왜?
사귀는 거 누가 알면 안 돼?
아니면 내가 알아선 안 되는 거야?”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왜? 사람끼리 사귀는 건데 뭐가 어때서?
무슨 늬들 숭고한 사랑이라도 하는 거라
비밀스러운 거냐?
그렇게 숭고하고 비밀스러우면 들키지나 말던가."
나현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다시 고요해졌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사람들이 그런 말을 입에 오르내리면서 무슨 상상을 하는지, 우릴 어떤 틀 안에서 생각하는지, 그걸 생각하는 자체가 싫거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나현은 그 말만 남기고 등을 돌렸다.
유민은 고개 숙여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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